매일신문

젊은이들의 힐링 캠프, 팔공산 묘향사

탁구장·영화관 갖춘 사찰 테레사 수녀 그려진 탱화

10년의 짧은 역사지만 묘향사 대웅전에는 21세기형 후불탱화라는 명물이 있다. 독특한 형태의 탱화로 그 의미는 더 이채롭다.
10년의 짧은 역사지만 묘향사 대웅전에는 21세기형 후불탱화라는 명물이 있다. 독특한 형태의 탱화로 그 의미는 더 이채롭다.
팔공산 묘향사 혜민 스님. 스타
팔공산 묘향사 혜민 스님. 스타 '혜민 스님'과는 동명이인이다. 이력은 더 이채롭다.

11일 늦은 오후 '혜민 스님'('비로소 멈추면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과는 동명이인)을 만나러 팔공산 묘향사(칠곡군 동명면 득명리)를 찾았다. 대구은행 연수원 인근 기성전원마을 뒤편으로 1㎞가량 산길로 올라가니, 산 도로 맨 끝에 한 사찰이 나타났다. 한 스님이 한 젊은이와 야간 나이트 조명을 켜고, 일대일 족구를 하고 있었다. 약 10분 후 소림 족구와 같은 그 경기가 끝났다. 스님의 일방적 승리였다. 몰래 사찰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 족구장으로 향하자, 혜민 스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렇게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리고 곧바로 저녁 공양을 함께 했다. 혜민 스님과 6명의 젊은이들이 함께 무공해 웰빙 채식으로 '산속 만찬'을 즐겼다. 묘향사의 분위기를 대충 느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사찰 속에 야간 족구장, 탁구장, 복싱 샌드백, 간이 골프연습장, 야구연습장, 단체 영화관까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묘향사 주지 혜민 스님은 "사찰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시대가 이만큼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 사찰도 세상과 소통하며 즐거운 수행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고시생들의 배움터이자 수행처

묘향사 경내에는 여기저기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공부보다는 오히려 하고 싶은 대로 놀고, 나무를 심고, 채소를 재배한다. 혜민 스님은 절대 고시생들이나 수행을 위해 찾아온 학생들에게 공부를, 수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나름 스님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실컷 놀고, 공부나 마음 수양에 대한 생각이 날 때쯤에 부처님의 말씀이나 선문답처럼 앞으로 있을 변화들에 대해 지혜의 말을 툭툭 던진다.

2003년 10월 혜민 스님은 천수답 자리인 지금의 이 묘향사 터에 절을 세웠다.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의 절로 키웠다. 36년 전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해 조계종 총무원에서 여러 직책을 담당하기도 했던 혜민 스님은 "부처님의 자비와 진리를 전파하면서도 파격적인 문화가 흐르는 사찰을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때문인지 10년 동안 묘항사에는 유독 많은 젊은이들이 다녀갔다. 치유에 성공한 이도 많고 고시합격생 등 잘 된 이들도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10년 동안 혜민 스님과 함께 주변에 심은 나무가 2천 그루를 넘었고, 이 절을 다녀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은 젊은이들처럼 주변 나무들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묘향사의 자랑, '21세기형 후불탱화'

'롤러 블레이드와 인라인 타는 아이, 마더 테레사 수녀, 달라이 라마의 후덕한 인물화, 소주'맥주'와인을 각각 들고 있는 부처, 음악을 좋아하는 부처, 돈을 좋아하는 부처, 춤을 좋아하는 부처 등'.

묘향사에서만 볼 수 있는 이'21세기형 후불탱화'는 다양한 군상의 작은 그림 수백 개가 합해져 한 그림으로 된 독특한 탱화다. 화엄사상을 또 다른 세계관으로 해석한 것으로 그림 속에서는 재미+다양성+과학, 그리고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인간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걸작이다. 묘향사 대웅전 불상 뒷면 전면 벽을 후불탱화가 장식하고 있다.

혜민 스님과 홍익대 동양화과 문봉선 교수는 2006년에 의기투합해 이 후불탱화를 기획했다. 만 2년 동안의 작업 끝에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독특한 후불탱화가 완성됐다. 이 후불탱화는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을 뿐 아니라 올해에는 '코리아나'(Koreana) 잡지에 소개돼, 9개 외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묘향사에는 매주 넷째 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주제가 있는 달빛 명상법회'를 열고 있다. 054)975-7427,8. cafe.naver.com/myohangsa7428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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