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특목·자사고 제치고…성광고 법정서 웃다

'법정 카타르시스'팀 고교생 모의재판 大賞

13일 제8회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참가해 형사 부문 대상을 받은 성광고
13일 제8회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참가해 형사 부문 대상을 받은 성광고 '법정 카타르시스' 팀원들. 성광고 제공

대구 한 일반고 고교생들이 전국 규모의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화제다. 특히 전국 유명 특목고 등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성광고(교장 신현태)의 '법정 카타르시스'팀은 13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제8회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 형사 부문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법무부가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청소년들에게 법 질서의 소중함과 합리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열린 행사로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대표를 선발, 본선을 치렀다.

예선을 거쳐 형사 부문 대구경북권 대표로 나선 성광고 '법정 카타르시스'의 팀원은 심상민(재판장 역), 장재용(변호사), 이호준(검사), 박성현(피고인), 이태호(서기), 최동해, 이주영(이상 증인) 군 등 2학년 7명과 유선호, 김재겸(이상 배석판사), 박대근(법정경위), 문준호(증인) 군 등 1학년 4명 등 모두 11명. 이들은 본선에서 대원외고(서울'강원권), 용남고(대전'충청권), 제주외고(광주'전라'제주권), 김해제일고(부산'경남'울산권), 용인외고(경기'인천권)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특목고, 자사고 등을 누르고 대상을 수상했다.

물론 이들의 빛나는 성과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2월 말 법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뒤 5월 말까지 틈틈이 시간을 쪼개 대본을 만들었다. 이호준 군은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 적도 많았고 우리의 힘만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법률 지식이 부족해 늦은 밤까지 작업한 적도 여러 번이었죠. 검사 역할을 맡아 누구보다 법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법률을 전부 외울 정도로 열심히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대본이 '내야상인 문화제-집회'시위의 갈림길에 서서'다.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 중 하나인 집회와 시위의 논리 대결을 주제로 가상의 전통시장인 '내야시장' 상인들과 인근 대형마트 간 갈등을 엮은 작품이다. 상인들이 문화제를 열다 당초 의도와 달리 대형마트 직원과 충돌이 발생하고 결국엔 법정에까지 가 치열한 법 논리 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장재용 군은 이번 대회에 참여하면서 큰 상을 받은 것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지 몸으로 느꼈어요. 집회, 시위를 주제로 다루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요. 또 서민들을 위해 법조계의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기특한 제자들을 둔 스승에게도 영광이 돌아갔다. 성광고 학생들을 지도한 김경환 교사가 최우수지도교사상(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것. 김 교사는 "준법 의식을 키워주고 대회 참가 경험이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학생들을 모았는데 법률 지식이 부족해 다들 고생이 많았다"며 "묵묵히 인내하고 노력해준 학생들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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