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생각 행복편지] 작은 행복 큰 여운 그리고 스트레스 극복

저는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을 일들을 많이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데 제게는 그런 일들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이렇게 분류해 보곤 합니다. 블랙 스트레스, 화이트 스트레스, 핑크 스트레스 이렇게 세 가지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스트레스는 블랙 스트레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고, 화이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유익한 내용이 있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짜릿한 스릴을 느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 화이트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지요. 분명히 스트레스이긴 한데 아주 이로운 스트레스를 핑크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전자공학에서 노이즈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 스트레스의 형태를 분류하는데 적합한 것 같아서 차용한 표현입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었고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 쉽지 않은 것인 경우가 많았지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받게 됩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항상 된다는 생각, 아니 반드시 되게 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을 추진한 탓도 있겠지요. 분명한 것은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화이트 스트레스인 짜릿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별로 나쁜 스트레스는 아닌 것이지요.

때로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한 발 전진할 때가 생기게 되는데 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를 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빙고!' 또는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며 제 자신을 즐겁게 하기에 저는 이를 주저 없이 핑크 스트레스라 말하는 것이지요.

저는 종교가 있긴 하지만 성당에 거의 나가지는 않습니다. 소위 냉담한 상태임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른 바 '화살기도'라는 걸 아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때 제가 느끼는 작은 행복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고 나면 긴 여운이 제 몸과 마음에 남게 됩니다. 작은 행복, 긴 여운이 남는 일들이 많을수록 아무리 회사 일이 힘들더라도 이겨 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저는 이런 일들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주위 소리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소리가 이런 것에 해당 될까요?(이건 스트레스는 아닙니다) 고요한 산속에서 가득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눈 밟히는 소리, 가을에 낙엽을 밟으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깊은 계곡 아스라이 물 흐르는 소리, 갓난아기가 까르르 웃는 소리(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까무러치게 더욱 행복하게 하는 소리) 등은 작은 행복이지만 긴 여운을 남깁니다.

사람 없는 고운 백사장 위를 걸을 때의 촉감, 숯가마에서 땀 흘리고 나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의 뽀송뽀송한 촉감,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제 아내의 속살 촉감 등도 같은 맥락이지요.

이런 소리나 촉감 등을 느끼고 나면 그간 있었던 스트레스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날아가고 없어지더군요. 이런 것들이 작은 행복이지만 모이면 큰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푸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푼다?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직장에서 일을 만들어 하는 데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망이 보이면 향후 결과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관련되는 이들(동료나 부하직원, 상관이거나 아예 때로는 정부)에게 알립니다. 어찌 보면 떠버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제게 채찍을 가하는 의미이고, 때로는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제 자신에게 지우기 위한 수법이기도 합니다. 헌데 이게 묘한 것이 대부분의 경우 성사가 되더군요. 스트레스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제압한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스스로 화이트 스트레스를 만들어 결국에는 핑크 스트레스가 되는 아주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실패했을 때요? 아주 깨끗이 자복하지요. 최선을 다했기에 떳떳하게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흔히 겪는 블랙 스트레스까지는 가지 않더라고요. 이게 제가 직장에서 일하는 스타일이고 재미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 스스로 원 없이 일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재미있는 제 삶의 한 단면이라고 제 자신에게(때로는 남에게도) 자신 있게 말하지요. 이런 면에서 저는 일면 '자유인'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면 직장에서 거의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 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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