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어대에서 본 동해는 어떤 모습일까?

영해 상대산 관어대 복원 본격화

김병목 군수
김병목 군수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정상에 있다 최근 철거된 방송사 송신철탑이 구름에 살짝 가려 있다. 철탑이 있었던 곳이 관어대. 영덕군 제공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정상에 있다 최근 철거된 방송사 송신철탑이 구름에 살짝 가려 있다. 철탑이 있었던 곳이 관어대. 영덕군 제공

영덕 지역의 40년 숙원이었던 영해면 괴시리 상대산 정상 방송 송신철탑 이설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유서 깊은 유적인 관어대(觀魚臺) 복원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송신철탑 철거는 영해면 일대의 역사문화개발사업의 핵심으로 김병목 영덕군수가 지난 2005년 보궐선거로 당선될 당시 약속한 공약이다. 이에 따라 예주(영해의 옛 명칭)권역 역사문화개발사업이 본격화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영해 지역의 정기 회복 기대

상대산은 높이 183m의 영덕군 영해면의 대표적인 산이다. 서쪽으로는 등운산(786m)과 칠보산(810m)을 바라보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동해가 펼쳐지는 명승지다. 북쪽으로는 울진군 후포면이, 남쪽에는 포항시 호미곶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대산 서쪽 절벽 위 정상을 관어대라 부른다. 고려 말의 학자이자 문신인 목은 이색(1328~1396)이 '상대산 너머 바닷가의 고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상대산 정상에서 서쪽과 북쪽을 보면 고래불의 아름다운 해변과 병곡의 드넓은 곡창지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옛 문헌에서는 관어대를 상대산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 등 여러 지도에서도 일관 되게 이 산의 지명을 관어대라 부르고 있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에 지난 1976년 방송용 송신철탑이 들어섰다. 100㎡ 부지에 높이 25m 규모인 이 철탑은 영해면을 중심으로 인접한 4개 면과 울진군 후포면 일대의 난시청 해소를 위해 조성됐다.

하지만 영해 지역 주민들은 낙동정맥이 이어진 자리에 철탑이 들어서는 사실을 못마땅해했다. 예주의 정기를 훼손한다는 게 이유였다. 영덕군도 상대산을 중심으로 영해면 일대의 역사문화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철탑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주민 김모(55'영덕군 영해면) 씨는 "역사적 유적지에 난시청 해소라는 이유로 진지한 검토 없이 철탑을 세우는 것 자체가 반문화적인 발상이었고 뜻있는 유림들도 무척 못마땅하게 여겼다"며 "당시에는 제대로 문제가 제기되지 못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끈질긴 압박으로 철거 성공

방송사 측은 철탑을 이설해 달라는 영덕군의 요청에 대해 이설에 들어가는 비용 5억원을 지원해 달라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이설 사업은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방송철탑 철거 여부와 상관없이 예주권 역사문화개발사업은 계속 추진됐다. 지난 2011년부터 경북도는 고려 말 충신인 포은 정몽주와 목은 이색, 야은 길재 등 삼은(三隱)의 업적과 정신, 유적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역사문화관광지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관어대 정비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고심 끝에 방송철탑 이설 문제 해결을 언론 공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맡겼다. 공보 부서는 강온 양면 전략을 세웠다. 갈수록 고조되는 영덕 주민들의 불만을 전하고 방송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군민들과 출향 인사를 중심으로 시청 거부운동을 벌일 수 있다며 압박했다. 영덕군은 방송사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철탑 철거 결정을 이끌어 냈다. 끈질긴 영덕군의 노력으로 철거 이설비 5억원도 절약했다.

김 군수는 "영해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예향이자 문향이고 그 중심에는 이색과 관어대가 있다"며 "송신탑 철거와 관어대 복원은 내년 민선 3기 마무리 전 꼭 해결하고 싶은 과제였는데 다행히 소임을 다한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영덕'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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