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가 도심 관광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를 처음 찾은 관광객에게 도시를 개괄적으로 알리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티투어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지자체별 역량에 따라 결과는 제각각이다.
본지는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국내 최고의 시티투어 운영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부산, 산업도시 이미지를 시티투어와 연계한 울산, 그리고 도시 전체가 문화재인 경주 등 영남권 주요 도시의 시티투어를 둘러봤다. 곳곳에서 만난 관광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대구가 가진 관광 자원은 충분하다"는 중론을 전했다. '의지의 문제'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중 세계적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는 부산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대구를 비교해봤다.
◆오픈형 버스 도입, 대박 터진 부산
부산 시티투어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부산관광공사는 2010년 4월부터 국내 최초 2층 오픈형(Open-Top)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오픈형 버스는 시티투어 이용객의 폭발적 증가의 원동력이었다. 1층과 2층 버스 6대로만 운행하던 2009년 시티투어 이용객 수는 8만 명 선이었지만 오픈형 버스 도입 이후 15만 명 선에 근접했다. 이후 매년 15%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23만 명을 넘어서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실제 성수기 시티투어를 이용하려는 이들은 부산역 탑승장에서 1,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상당수가 기다리는 줄이 길어 승차를 포기할 정도로 시티투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현재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순환형 시티투어 버스를 20분 간격으로 좁히겠다는 부산관광공사의 계획은 이 같은 인기에 힘입은 것이다.
부산 시티투어의 효자상품으로 꼽히는 오픈형 버스의 효과를 체감한 부산관광공사는 오픈형 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이면도로 등을 제외하고 전 코스에 오픈형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오픈형 버스의 힘이 컸다. 대당 7억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3년만 운영해도 충분히 버스 원가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오픈형 버스 확대와 함께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홍보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사전답사여행을 일컫는 팸투어는 주로 국내외 언론이나 관광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는 물론 국내 통역가이드 등을 대상으로도 팸투어를 지속하고 있다. 1주일에 3회씩 꾸준히 열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관광 특수로 이어졌다. 부산관광공사 측은 "간헐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시티투어 이용객의 70%가 부산시민이 아닌 외지인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다만 부산 역시 외국인 이용객 비율이 낮은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250만 명을 넘지만 시티투어 이용객 중 외국인 비율은 20%를 밑돌기 때문이다. 부산의 목표는 세계적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시티투어 연간 이용객은 150만 명 안팎으로 부산과 7배 이상 차이가 있다.
◆대구, 기초 자료 조사부터 제대로
시티투어 운영 10년을 맞은 대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근대골목 투어가 속칭 '킬러 콘텐츠', 핵심 코스이긴 하지만 시티투어 코스 개발과 홍보에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구 시티투어는 비개방형 2층 버스와 일반버스가 혼재해 제각각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원화돼 있다. 대구시가 시티투어 운영을 2곳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2층 버스 운행은 대구시설관리공단이, 일반버스 운행은 민간여행사인 삼성플러스관광이 맡고 있다.
게다가 대구시는 이용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인색했다. 이용객들과의 소통이라 할 수 있는 이용객 대상 설문조사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시티투어 이용객 수는 연간 3만 명 수준. 표본 규모로 충분함에도 시티투어 활성화의 기초 자료 수집에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간 시티투어도 코스 개발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중 선수와 임원,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야간 시티투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 그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13일간 매일 2차례 운행했다. 당시 대구시는 야간 경관 코스를 율하동 선수촌 아파트에서 시작해 대구스타디움을 거쳐 수성못~월광수변공원~이월드~2'28기념중앙공원~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코스별 연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광객들의 집중도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성못에서 월광수변공원까지 가는 10㎞의 구간 동안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을 야경은 앞산순환도로에서 바라본 대구시 전경 외에는 없었다.
윤지영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티투어는 지역의 이미지를 특별한 광고 없이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어떤 관광 코스든 관광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코스를 어떻게 짜느냐, 그리고 스토리를 어떻게 입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의 시티투어 코스 개발과 관련해 "대구에 바다가 없기 때문에 관광 코스가 부족하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각 코스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정보, 즉 외지인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으면 충분한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며 "야간 시티투어는 감성적인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매개체가 중요하다. 휘황찬란한 조명이 전부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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