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우리가족이야기-언니의 밀감 선물

소은희(대구 동구 율하동)

달콤새콤한 제주 밀감이 퇴근길 나를 반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언니가 보내온 밀감이다. 심지어 나무에 함께 달려있던 잎까지도 같이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한 개를 잡아 껍질을 까니 밭에서 딴 싱싱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밀감 알갱이 하나하나에서 터져 나오는 상큼함으로 활짝 웃는 언니를 떠올리며 휴대폰을 든다.

1남2녀의 맏이인 나는 어릴 적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내 바람은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이루어졌다. 교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나보다 두 살 위인 언니는 학년은 같았으나 나이가 많아서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 '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친언니처럼 따르며 고민을 언니와 함께했던 나의 20대는 참으로 풍성했다. 함께 웃고 서로 힘이 되어주던 그때 언니는 내 '멘토'였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할 무렵 언니는 너무도 일찍 그것도 먼 제주로 결혼을 해 떠나버렸다. 언니의 부재로 한동안 난 무기력감마저 느꼈다. 그렇게 30대를 혼자 이겨내며 나 또한 늦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한참을 잊고 있었던 언니였는데.

나의 회사를 기억하고 있던 언니가 전화를 해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2년 전, 겨울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언니를 보러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잃어버렸던 언니를 다시 찾았다. 아이들에겐 다정한 이모가 생겼다. 난 언니와 떨어져 있던 시간을 메우느라 SNS를 통해 서로의 사는 모습을 공유한다. 나지막한 밀감나무에 달린 주황빛의 밀감은 언니의 노력의 결과이다. 그걸 알기에 한입 가득 느껴지는 언니의 향을 느끼며 밀감을 먹는다.

카카오톡으로 밀감 사진을 찍어 보낸다. "언니! 맛있다."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창현(칠곡군 왜관읍 금남2리)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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