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지막 할 일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마지막 잎새처럼 하루, 이틀 남아 있는 막바지에는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12월 들어서는 '한 해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길' 바라는 송년 인사의 글을 문자와 메일로 많이 받았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니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묶인 매듭을 푸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 그룹인 삼성가의 상속 분쟁이 지난해부터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며칠 전에는 형인 이맹희 씨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화해를 청하였는데 동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 옆에서 이 기사를 보고 "두 사람 혹시 배다른 형제 아니냐?"고 혀를 차는 소리를 듣고 피를 나눈 두 형제가 벌이는 노년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도 비일비재하다. 연말연시나 명절을 맞아 형제와 가족들이 모일 때면 부모를 모시는 일이나 유산 문제로 서로 원수가 되는 집안을 흔히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맹희 씨는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생과의 화해를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다.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이 하고 갈 일은 용서이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은 미움과 원망의 대상을 용서하는 일이다.

용서는 너그러운 사람, 인격을 갖춘 사람이 한다고 쉽게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 용서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가장 이기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너'를 용서하므로 '내'가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일이다. 나는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움과 원망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멀쩡하게 잘살고 있다면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결혼한 많은 여성들은 시집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마음에 화가 생기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시집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시월드'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고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 또한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도가 지나쳐 자신의 건강을 해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용서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인생의 매듭을 푸는 일이다. 마음의 결단만 있으면 즉각 이루어진다. 그로 인해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일가친척이나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 간에 용서해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용기를 내보자.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가.

성경에는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처럼 너희도 남을 용서하라'는 말씀이 있다. 여기에는 타인을 용서하지 않으면 신도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마지막을 보내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용서이다.

조미옥 리서치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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