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산악자전거 맛보기

어릴 때부터 특기, 취미를 묻는 난에 늘 썼던 답은 '노래 부르기'였다. 내게 'MTB 자전거 타기'라는 취미가 생긴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집 근처로 '산악자전거'(MTB)를 타러 왔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산악자전거는 'MTB'라 하는데 'Mountain Bike'의 약자로, '산악'이라 하면 험한 산을 연상하지만 실상은 평탄한 등산로나 임도에서 주로 탄다. 사고 없이 평생 꾸준히 탈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성향이라 MTB를 타도 대단한 실력을 자랑할 만한 형편은 못 된다. 그럼에도 자전거 타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평생 같이하고 싶은 운동이라며 한 번 도전해보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첫째, MTB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취미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평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들어온다. 둘째, 가쁜 숨을 내쉬며 느린 속도로 페달링을 하는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절로 무념무상, 생각이 없어진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건 내가 올라가야 할 길과 길옆에 자란 이름 모를 풀들이다. 계절과 자연의 경이를 느끼고, 나의 한계치를 조금씩 극복하는 재미. 그것은 세상사에 쫓길 때는 못 느끼는 즐거움이다.

이런 재미를 찾기까지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인터넷동호회를 활용하는 것. 지자체마다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혼자 타는 것은 코스의 한계와 싫증을 느끼게 되어 장기간 타는 것이 쉽지 않다. 다양한 코스 정보를 동호회를 통해 얻고 기초적인 자전거 타기 기술도 선배를 통해 배운다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자전거는 혼자 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맞는 사람들과 단체로 라이딩을 할 때 재미가 더 쏠쏠하다.

이런 장점을 직접 체험하고 주변에 MTB를 권하면, 이번엔 자전거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산악자전거는 산악이라는 험한 조건을 견뎌야 하는 특수 자전거이기에 일반 자전거에 비하면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년 전 150만원 정도에 구입한 자전거를 지금껏 타고 있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탈 수 있다면 많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지인들 중에 입버릇처럼 '삶이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즐겨 할 만한 운동을 선택해 보라고 권유한다. 운동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인 동시에, 남은 평생에 나를 위로하고 충전해주는 친구를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바쁜 40대들이여,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운동 하나쯤 선택해서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신현욱(테너·대구성악가협회 사무차장) tenore9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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