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 "공사 전 이미 부실"

"제3의 하도급 업체가 철골 구조물 기초공사"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총체적인 부실공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적지 않다. 직접적인 붕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기초 터 닦기 업체가 어디인지, 샌드위치 패널엔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시공한 S건설은 기초 터 닦기와 철골 구조물, 샌드위치 패널 설치, 전기'소방 등 각 분야별로 각각 다른 하도급 업체에 작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된 주기둥 부실시공 업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하도급 업체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골 구조물 기초 공사를 한 E강재 측은 "기초 및 철골 구조물 공사를 맡은 건 사실이지만 정작 우리는 기초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E강재 고위 관계자는 "주기둥에 L자형 앙카볼트를 심은 뒤 5㎝ 두께로 고강력 모르타르로 시공해야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모르타르 시공이 불가능하도록 콘크리트 타설이 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기준 미달 자재 사용 여부와 함께 샌드위치 패널 작업 과정의 부실시공 여부도 숙제로 남아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지붕 길이에 맞게 제작된 패널이 지붕 보를 따라 고정 볼트로 세밀하게 고정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행상 공사 기간과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볼트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체육관 패널 공사에는 8천만원이 소요됐다. 이에 대해 패널 공사를 한 K개발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서도 패널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없었다. 정품을 사용했고, 볼트 작업에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만약 이음새 부분이 제대로 작업 되지 않았다면 체육관 바닥에 물이 흥건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아직 직접적인 붕괴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내린 폭설과 부실시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쪽이 일차적인 원인인지 판단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정확한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건축물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시뮬레이션은 설계도에 따라 지어진 상황과 부실 시공된 상황에 적설량 등의 변수를 더해 붕괴 원인을 찾는 작업이다. 결론이 나기까지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

경찰은 체육관 건축허가 단계에서 경주시청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터파기 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바닥과 천장 연결부위가 단단히 고정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붕괴 원인이 폭설이냐, 공사 부실이냐에 따라 사법처벌 대상자 및 수위가 확 달라진다"면서 "증거수집 및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주 이채수 기자

장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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