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요즘 대구 미술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고 있는 것은 대구미술관과 대구시가 건립을 추진 중인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하 이우환미술관)이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전'을 통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쿠사마 야요이전'에 33만 명이 다녀가면서 대구미술역사에 새 기록을 남겼다. 덕분에 개관 2년을 맞은 신생 미술관임에도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관람객 50여만 명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듯이 올 들어 대구미술관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계약직 공무원인 큐레이터 재계약 문제였다. 재계약을 하지 못한 일부 큐레이터들이 한국 큐레이터협회를 통해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선 것. 이후 사태는 재계약 문제를 넘어 대구미술관을 상대로 한 비리 의혹 제기로 확산했지만 대구시가 최근 김선희 대구미술관장과 계약 연장을 하면서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대구시는 합리적인 이유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대구미술관에 제기된 의혹도 사실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확대 해석된 것이어서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미술관과 달리 이우환미술관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9년 대구시가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추진할 때부터 제기된 우려는 건립이 확정된 이후에도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구시 잘못이 크다. 애초 대구시는 이우환미술관을 2014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뤄졌다. 대구시가 아니라 이우환 화백이 미술관 건립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이에 따라 대구시가 지나치게 이우환 화백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대구시는 올 들어 이우환미술관 건립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대구시가 마련한 이우환미술관 기본 설계 보고회는 알맹이 없는 행사로 빈축을 샀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터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기본 설계 보고회를 가진다는 사실에 대구 미술계는 사뭇 기대를 갖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날 보고회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정작 듣고 싶었던 설계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갔다. 보고회가 끝난 뒤 "하지 않아도 되는 보고회를 열기 위해 대구시가 부산을 떨었다" "김범일 시장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기 위해 대구시가 조급하게 일을 추진한 것 같다"는 등의 말이 나온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새로운 대구시장이 선출된다. 이에 따라 이우환미술관 건립은 차기 시장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술관 건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술관은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건립 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운영의 묘를 살릴 자신이 없으면 아예 건립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이우환미술관 건립에는 29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건립 후 운영하는데도 막대한 돈이 소요된다. 모두 시민들의 혈세다. 이우환미술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치적 차원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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