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세 아들 사망' 아버지에 살인혐의 구속 왜?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했다 죽음에 이르게 한 A씨가 아들의 시신을 비닐 가방에 넣어 내다버리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했다 죽음에 이르게 한 A씨가 아들의 시신을 비닐 가방에 넣어 내다버리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의붓딸을 때려죽인 칠곡 계모는 상해치사죄, 아들을 굶겨 숨지게 한 친아버지는 살인죄?'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했다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시신을 내다버린 비정한 아버지 A(22) 씨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칠곡 계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이 이번 사건에는 유기치사죄(보호받으면 살 사람을 보호하지 않아 숨지게 한 죄)나 학대치사죄(학대해서 숨지게 한 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이를 두고 칠곡 계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범에 대한 들끓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지만, 경찰은 단호히 명백한 '살인'이 맞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판단을 따라가 보자. A씨는 부인 B(21) 씨와의 별거가 시작된 2월 24일, 두 살배기 아들을 집에 홀로 두고 나간 뒤 닷새(2월 28일) 만에 귀가했다. 아들에게 음식을 먹인 뒤 A씨는 다음 날인 3월 1일 다시 아들을 혼자 두고 집을 나갔다. 그가 일주일 만인 3월 7일 집에 돌아왔을 땐 아들은 숨을 거둔 뒤였다.

경찰은 A씨가 아들을 먹이고 보살펴야 할 부양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게 아들을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 결국 사망케 한 만큼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A씨도 경찰에서 자신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런 점 등으로 미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부작위'(형법 18조)는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 행위로 인한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않아 결과가 발생했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흉기로 사람을 찌르거나 독약을 먹이는 등의 직접적인 살해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 단, 암벽 등반 등 함께 위험을 공유하거나 가족과 같은 긴밀한 관계여야 하며 법률에 의해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 A씨는 부양의무가 있는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된다.

경찰의 살인죄 적용에는 판례가 뒷받침하고 있다. 대법원은 10살 조카를 미끄러지기 쉬운 저수지 제방 쪽으로 유인, 걷다가 조카가 물에 빠지자 구하지 않고 내버려둔 삼촌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조카가 스스로 물에 빠졌지만, 삼촌이 저수지로 데려갔고 물에 빠졌을 때 구해주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대법원 1992년 2월 선고)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살해 의도란 측면에서 상해치사죄에 그친 칠곡 계모 사건과 비교된다. 경찰과 검찰은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 애초 죽이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판단,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어린 아이에게 장기간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심지어 A씨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살인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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