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TK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

6'4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를 막아준 것은 대통령의 눈물이었다. "여태 새누리당을 찍어줬더니 지역에 해준 게 뭐꼬, 이제는 바꿔야 된다"며 단단하게 벼르고 투표장으로 향했던 유권자들은 '우는 근혜'가 어른거려 그만 다시 1번을 찍은 경우가 허다하다. 머리는 차가운 선택을 원하는데, 가슴은 '눈물 흘리는 대통령'에게 뜨겁게 꽂혀, 손이 돌아선 것이다.

대구에서의 '두 번째 패배'를 기록한 김부겸 전 의원은 최근 "미안하데이"라며 손잡아주는 아파트 이웃들을 많이 만난다. 차기 총선에서 '대구 삼세판'을 벌인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정치판은 늘 변수가 있지만, 삼세판의 위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지역에 희망을 주는 후보를 택하는 유권자가 더 많아지리라는 점이다. 지난 총선 때도 새누리당은 대구'경북에 누구를 어디에 꿔다놓아도, 후보를 어떻게 주물럭거려도 100% 당선시켜 국회로 보내던 호사를 누렸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정치인이 되라는 '묵언의 기대'가 깔려 있었다. 19대 국회 임기의 약 절반을 보낸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누구든지 내보내면 찍어주는 '헤픈' 지지 때문에 이번 선거 때는 발등도 찍혔다. 새누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미는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가덕도에서 중앙당 전당대회를 갖는 배신행위를 했다. 물론 당권 경쟁에 나선 김무성 의원이 앞장섰다. 당권을 교두보로 대권 반열을 다지려는 김무성 의원에게 TK 의원들은 표를 담보로 가덕도 회의에 대한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의원들은 찍소리도 하지 않았다,

분노한 민심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서류 조작까지 했다. 급기야 선거일 이틀 전에 대구 신매동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TK 유권자들은 더 이상 엎드려 사죄하는 의원들도, 국민 앞에 우는 대통령도 보고 싶지 않다. 권력을 쥔 역사의 주역들이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지, 어떻게 만날 가진 것 하나 없는 서민들이 힘있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나. 개인 이익을 챙기는 경제와는 달리, 정치는 사람과 공동체 그리고 지역과 국가를 살리는 게 의무인데 단단히 탈이 났다.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명쾌한 답을 냈다. "딱 보아도 물구덩이 가덕도보다는 맨 땅 밀양이 남부권 신공항으로 낫다"고 일갈했다. 신공항 입지에 이보다 더 선명한 각인은 없다.

TK 정치권과 대구시'경북도 수장들은 '확' 달라져야 한다. 광역단체장 3선의 월계관을 쓴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첫 광역단체장이 된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당선인이 20년 나이 차를 뛰어 넘어 경륜과 패기, 혜안과 혁신으로 대구'경북의 미래 그림을 확 바꾸겠다고 지난 13일에 열린 당선인 상생결의대회에서 약속했다.

김 지사는 한국 정신의 창(窓)인 경북의 700년 새 역사를 그려가야 한다. 지방자치 시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총체적 초집중'이 이뤄진 지난 20년간 주변부로 떨어졌던 경상북도를 나라 중심부로 당겨 올려야 한다. 마침 신도청 소재지는 행정수도인 세종시와 위도가 똑 같다. 그만큼 중심권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동서5축(보령~울진) 남북7축(삼척~포항~울산)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대구광역권전철망(구미~칠곡'경산) 구축 등으로 도내 23개 시군을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문화재의 25%를 갖고 있으면서도 불편해서 관광객이 오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경북 문화융성시대도 열린다. 산업화 시기 이후 버려져 있던 경주'구미'안동 등지에도 부활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은 공약처럼 대구 혁신에 목숨 걸어야 한다. 권 당선인은 '대구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줄 적임자다. 그만큼 대한민국도, 대구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 권 당선인은 젊지만 유권자들이 받쳐주기에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취임 초, 혁신에 나서야 한다. 수백억 들인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왜 이우환 씨로부터 대구시에 그 이름을 쓰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산업단지를 적법하게 배정했는지, 용지를 분양받은 기업들은 땅장사를 하지 않고 제대로 기업활동을 하는지 걸러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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