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노 담화 정당성 무력화한 일본 속내 경계령

일본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명기한 고노 담화를 교묘한 술수로 무력화시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하면서 사과한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안도 수정됐다고 밝혔다. 자체 작성한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에 대한 한국 정부 개입론을 들고 나와 정당성을 훼손하고, 책임소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다.

고노 담화의 내용을 둘러싸고 한'일 간 내용 조율은 없었다. 일본 정부 스스로가 다방면에 걸쳐 조사해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이제 와서 공동성명과 같은 협의의 산물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둔갑술을 부리면서 일본이 노리는 것은 뻔하다. 국제적으로 인권유린의 상징이 되고, 용납될 수 없는 전쟁범죄로 규정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려는 조작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고노 담화 검증팀이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과 관련해서 마치 한국 정부와 사전 타협을 했고, 그 내용을 발표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도발 본색의 일본이 21년 전 발표된 고노 담화가 마치 한'일 간 정치적 타협에 의해서 결정된 것처럼 비치게 해서 수정할 명분을 쌓는 것임과 동시에 위험한 속내를 숨기고 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정부 발견 자료 중 (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2007년 3월)고 하거나 "재집권하면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2012년 8월)고 꾸준히 말해왔다. 올 2월에는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해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언급하더니 기어코 지난 20일 가토 가쓰노부 일 관방장관이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무력 국가가 이웃나라 위안부를 강제연행하면서 서류적 근거를 남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힘으로, 총칼로 끌고 가지 공식적 보고체계를 따라 위안부 모집을 강제했다는 사실을 남기지는 않는다.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현재 생존자 54명)들이 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고노 담화를 수정 혹은 폐기하지는 않은 채, 한일 정부가 타협한 문제 있는 담화였다고 책임을 피해가면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경계하고, 단합해서 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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