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대 도매상권 명성 서구 '큰장길 침구거리'

찬바람이 불면 침구거리 오세요

전국 최대 침구류 도매상권인 내당동 큰장길 침구류 골목. 골목에는 전국 각지로 나갈 이불들이 항상 가득 쌓여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전국 최대 침구류 도매상권인 내당동 큰장길 침구류 골목. 골목에는 전국 각지로 나갈 이불들이 항상 가득 쌓여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중구 대신동으로 이어지는 큰장길을 걷다보면 인도를 따라 이불이 곳곳에 싸여있다. 또 ○○침장, ○○침구라고 씌여진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구 서구청이 지정한 '큰장길 침구류 명물거리'(이하 침구거리)다. 의류와 침구류 소·도매시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서문시장의 5지구 상가와 불과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 또다른 침구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떠오르는 침구거리

침구거리는 서문시장처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은 아니다. 서문시장을 비롯해 대구 일대에서 침구를 거래하던 상인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서문시장이 부피가 큰 침구류 도매를 하기에는 주차시설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2지구에서 5년 동안 침구류 도매상을 운영하다가 1995년 이곳으로 점포를 옮긴 일성침장 이형원(49) 대표는 "서문시장은 고객을 위한 주차시설은 그런대로 갖췄지만 침구류 도매상이 활용하기에는 힘들다. 하지만 이곳에는 트럭도 손쉽게 주차한다"며 침구거리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1995년 당시 도매상이 3, 4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큰장길 침구류협의회에는 65곳의 점포가 등록돼 있다. 점포 수로만 따지면 20년 만에 10배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셈이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극세사 침구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체도 크게 늘었다. 또 침구 도매상들이 모여들자 원단, 원사, 포장 비닐 등 관련 점포들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처럼 침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서구청이 1호 명물골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외국 상인들까지 찾아와

전국 침구류의 70%가 대구를 거쳐간다. 완제품이나 반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침구에 사용되는 천의 염색, 봉제 등 이불용 천 가공이 대부분 대구를 거친다. 그만큼 대구가 침구 분야에서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곳 상인들은 "대구 섬유의 명맥은 침구에서 유지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서울에서 판매되는 침구들도 기본 가공은 대구에서 이뤄지는 것이 많다"고 했다.

침구거리 점포들은 오전 6시 전후에 문을 연다. 전국에서 몰려온 소매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를 전후로 소매상들로 북적이고 주문받는 전화로 점포마다 시끌벅적하다.

최근에는 중국 상인들도 찾는다. 중국의 심양, 청도 소매상들이 서울에서 KTX를 타고 침구거리에 와서 물건을 산다는 것. 상인들은 인천까지 택배로 보낸다. 이 대표는 "중국 상인들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지 처음에는 신기했다"며 "값이 싸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활성화 지원도 필요

침구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인조합이 형성되지 않아 조직적인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침구류협의회가 있지만 점포 주인들끼리 친목도모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시나 구청들도 별다른 지원을 않는다. 이 탓에 북성로공구골목, 교동귀금속골목, 남산동인쇄골목 등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상인들은 장기적으로 침구거리축제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나 구청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침구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아직 생소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침구거리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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