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3회 아시아 로봇 대장암 수술 학회'(ARCCS)가 열리던 칠곡경북대병원 대강당. 무대 중앙에는 정교한 로봇 손이 암 부위를 집어내고 종양을 잘라내는 모습이 끊임없이 비쳤다. 객석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의 의료진들은 단상에 선 발표자에게 연거푸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학회를 찾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은 물론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10여 개국, 300여 명에 이른다. 로봇 대장암수술학회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대구를 찾은 이유는 로봇 대장암 수술에서 한국이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로봇(다빈치)을 이용한 대장암 수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이자 최다 사례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칠곡경북대병원 외과 최규석 교수는 의료기술이나 수술 건수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최 교수는 최근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임상로봇외과학회 차기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1월부터 1년간이다. 로봇 수술 기계 탄생의 본고장에서 극동의 지방 국립대 교수가 학회 회장에 오른 셈이다. 그는 현재 대구경북지역암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미국복강경외과학회 및 대장항문학회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 세계의 로봇 대장암 수술은 한국인이 만든 겁니다. 로봇을 대장암 수술에 접목, 발전시킨 건 한국인이니까요. 국내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의료원, 경북대병원이 주도해 로봇을 대장암수술에 접목하고 발전시켰죠.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수술 방식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은 흉터가 작아 회복이 빠르고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 교수가 로봇 대장암 수술에 뛰어든 건 지난 2007년. 대장암 복강경 수술에서 첫손에 꼽히던 그는 탄탄한 복강경 기술을 바탕으로 항문과 가까워 수술이 극도로 까다로운 직장암 수술에 로봇 수술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3차원 영상으로 확대한 이미지를 보며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기구들이 복강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전립선암 수술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로봇 수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아서 로봇 수술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대장암뿐만 아니라 위암이나 갑상선암의 수술 기법도 대부분 한국 의료진이 만든 거예요. 한국은 로봇 수술 기기 보유 대수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그는 연간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연간 600여 건의 대장암'직장암 수술을 한다. 이 가운데 100여 건은 로봇 수술이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단연 최다 사례다.
최 교수는 "전 세계 외과 수술 분야 중에서 복강경과 로봇 수술만큼은 대구가 굉장한 수준"이라며 "이 분야를 계속 육성한다면 의료관광을 통해 전 세계인들을 대구로 끌어올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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