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중이던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태국인 장기 기증자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칠곡군 왜관읍 인근 전자부품업체에서 근무하던 태국인 고(故) 사라윳(31) 씨가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이송돼 온 것은 지난달 16일. 야근조 근무를 마치고 퇴근, 아침 식사 후 쉬던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것이 마지막 순간이 됐다. 호흡 부전으로 구미 차병원을 거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입원한 사라윳 씨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의식은 되찾지 못했다. 결국 이달 1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사라윳 씨가 한국에 온 건 올 1월이었다. 동생(28)과 함께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라윳 씨는 돈을 벌겠다며 그대로 한국에 남았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직장도 구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라윳 씨의 '코리안 드림'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장기는 4명의 환자들에게 이식돼 새 생명으로 되살아났다. 사라윳 씨는 평소 세상을 떠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윳 씨의 동생은 태국에 있는 부모에게 연락을 취한 뒤 대사관 및 한국장기기증원 (KODA)을 통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사라윳 씨의 신장과 간은 오랫동안 장기 이식을 기다리던 어린이 말기신부전 환자와 간경변증 환자 등 4명에게 이식됐다. 인종 간 차이는 장기 기증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다른 민족 간에도 이식 적합한 유사성이 맞을 경우 이식이 가능하다.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면서 "가족들은 좋은 일을 한다는 뜻에서 어렵게 승낙을 했다. 외국인 장기 기증은 일반인들의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최동락 교수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무려 2만6천여 명에 이르지만 매년 이식을 받는 환자는 이들 중 10% 남짓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인들에게 장기 기증을 해준 사라윳 씨와 가족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사라윳 씨를 마지막으로 치료했던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역 최고의 장기 이식 병원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2011년 뇌사자의 간과 신장을 떼어 수혜자에게 한꺼번에 이식하는 '간-신장 동시이식 수술'을 서울 대형병원을 제외한 지역병원 최초로 성공시켰고, 이후 '췌장-신장 동시이식 수술(2013년) 등 난도 높은 수술에 잇따라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0례 이상의 간 이식을 시행하며, 생체 간 이식 346건, 뇌사자 간 이식 123건 등 지역 최다의 간 이식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술 성공률도 96%로 서울 대형병원과 비교할 때 전혀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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