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탱고 (Nuevo Tango)
항구 도시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당시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감정이 고스란히 춤과 음악으로 분출돼 만들어진 아르헨티나발(發) 정의 문화 아이콘, 탱고. 이 단어를 듣고 혹자는 영화 '해피투게더'나 '여인의 향기'에서 배우들이 보여줬던 현란한 춤사위를, 어떤 사람은 낭만과 열정이 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탕게로스(Tangueros: 탱고 춤을 추는 사람)를 떠올린다.
그렇다. 탱고는 '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다. 그러한 탱고를 춤에서 떼어내 '감상을 위한 음악', 즉 누에보 탱고 (Nuevo Tango)로 집대성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이다. "나에게 있어 탱고는 발이 아닌 귀를 위한 음악이다"라고 한 그의 말처럼 누에보 탱고는 춤이 아닌 음악 그 자체 울림을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붙여진 별명, 탱고의 거장. 이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1921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에서 이발사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어릴 때는 친구들로부터 렝고(절름발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가 뒤틀렸기 때문인데 그런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장애를 음악으로 극복하길 바랐던 아비의 심정이었을까. 10살의 어린 피아졸라에게 아버지는 반도네온을 사다준다. 이것은 피아졸라의 인생은 물론이고 훗날의 누에보 탱고를 탄생시킨 출발점이 되었다.
아버지는 피아졸라를 강하고 때론 엄격하게 교육했다. 그것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아버지와는 다른 것이었는데 결함으로 외로운 사람이 아닌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아가는 선구자가 되게끔 늘 격려하였다. 의사가 수영을 못하게 해도 아버지는 수영하라고 명령했고, 의사가 피아졸라에게 가끔 달릴 수 없다는 말을 하였을 때 그의 아버지는 달리라고 명령하였다. 엄한 아버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아들의 이름을 새기고 다녔을 만큼 세칭 '아들 바보'(?)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는 피아졸라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런데 1959년 10월,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피아졸라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게 된다. 알려진 바로는 당시에 피아졸라는 고국으로 돌아갈 경비조차 없었다고 한다.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비통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타지에서 외로이 홀로 써내려간 곡이 바로 이 음악이다.
지난겨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 순간 울려 퍼진 음악도 이 음악인데, 아디오스(Adios)는 스페인어로 '안녕'을 뜻하며, 노니노(Nonino)는 이탈리아어 약칭으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논노(Nonno)의 아르헨티나식 표현으로 피아졸라와 형제들이 아버지를 부르던 애칭이기도 했다. 이 음악에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이 절절히 배어 있다. 피겨여왕의 마지막이 더욱 애잔했음은 어쩌면 오랫동안 감동을 안겨준 이와의 이별이기도 했지만 그때 울려 퍼졌던 피아졸라의 마음 때문도 아니었을까.
이예진(공연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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