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날이다. 감격해 하던 박근혜 당선자와 환호를 지르던 지지자들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로부터 만 2년이 지났다. 대선과 동시에 바로 대한민국의 권력은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로 넘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 5년 임기는 40%가 지난 셈이다.
철옹성 같아 보이던 60% 지지선도 무너졌고 과반 지지도 맥없이 내줬다.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첫 1년이 흘러갔다. 그다음 한 해 세월호 참사가 국정을, 국민을, 온 나라를 물속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에게 덜어낼 수 없는 짐으로 남아 있다. 반복되는 인사 파동도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리고는 이른바 '정윤회 찌라시'로 마지노선이라는 40% 선도 허물어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얻은 성적표다. 점수는 내려가기만 했다. 지금이 가장 낮다.
비정상의 정상화, 100% 대한민국을 선언할 때만 해도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다. 80%라는 사상 유례없는 지지로 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대구경북 사람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회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그렸던 이들에게는 특히 안타까운 2년이었다. 그래서 '벌써 2년'이다. '벌써 2년이나 지나버려 앞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심정이라는 말이다.
서울대 한상진 교수는 민주당의 2012년 대선 실패 보고서를 다듬어 최근 책으로 내면서 '정치는 감동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어찌 야당에만 적용되는 말일까?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으니 선거에서 졌다는 뜻이다. 2017년 대선에서는 누가 감동을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년이 감동보다는 실망으로 가득하였듯이 앞으로 이 정부의 잔여 임기 3년 동안에도 감동을 줄 만한 일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 홀로 리더십과 존재감이 없는 국정능력이라면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야당이 가로막고 언론이 비판으로 일관했다고 한다면 무능과 무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2015년이 선거가 없어 국정개혁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라지만 만만하게 볼 일만은 아니다.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산이 가로막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 등 고용의 유연성 향상이라는 과제는 더욱 어렵다. 타협과 상생이라는 철학을 전제해야 하고 양보와 희생을 수반해야 한다. 누가 나서서 양보와 타협을 설득할 것인가? 갖고 있는 떡을 스스로 내놓으려는 사람은 없다. 이 뜨거운 전선에서도 대통령 한 사람만 보일 것인가?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교육 부문 개혁은 또 어떤가? 솔직히 원인제공자인 교육부에 이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될 것 같아 더욱 답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만 말하는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얼굴만 보이고 받아적기만 하는 각료와 수석들의 머리카락만 봐야 하는 회의에 기대할 건 더 없다. 그렇다고 위에서 내리는 영이라도 잘 먹혀들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문고리 권력이나 청와대 몇몇 외에는 사람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총리나 장관이 바지저고리라는 말이 돌아다닌 지는 오래다.
"잘해야 할 텐데"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이제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으로 말을 갈아탄다고 한다. '벌써 2년'이 아니라 '아직도 3년'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아직도 이렇게 3년을 더 보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단다.
지난 2년이 주는 교훈은 그래서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 대통령이 바뀌면 다 바뀐다. 받아적기만 하는 사람은 이제 'NO'다. 그런 회의는 열 이유가 없다. 녹음 파일이나 프린트물을 보내주면 될 일이다. 잘 받아적는 '속기사' 류보다는 잘 듣되 자기 이야기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전에 대통령이 들으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말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도 줘야 한다. 결국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내년 이맘 때쯤에는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벌써 3년'이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2년'이라는 사람들보다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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