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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룰라·서태지와 아이들…90년대 추억? 그리운 건 노래지!

다채로운 리듬·댄스 절정기…'잘못된 만남' 당시 280만 장 팔려

최근 무한도전 토토가 방송이후 발매돼 1만장 이상 팔아치운 90
최근 무한도전 토토가 방송이후 발매돼 1만장 이상 팔아치운 90's 청춘가요 앨범.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불러낸 1990년대 가요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문화평론가들은 "1970, 80년대에 이은 1990년대 가요가 한동안 대중문화 트렌드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실 90년대는 요즘 가요의 틀을 만든 시기로 평가받는다. 이전까지는 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운 리듬과 댄스, 그리고 전문적인 연예매니지먼트가 바로 90년대 가요계에 도입됐다. 그때 형성된 저력이 지금 대형 아이돌 스타를 만들었고, 케이팝 한류 열풍의 자양분도 됐다는 분석이다.

요즘 TV를 틀어도, 길거리를 지나가도, 커피나 술을 마시러 가도 온통 90년대 가요로 시끌벅적하다. 그 태동기를 살짝 엿보고 나서 들으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댄스 가요 춘추전국시대, 90년대

90년대는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댄스곡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다. 정확히는 1992년부터다. 90년대 대표적 가요순위 프로그램인 KBS 가요톱텐의 주간 1위 수상자를 살펴보면, 1990년과 1991년에는 김지애, 태진아, 김정수 등 트로트 가수와 김민우, 신승훈, 이상우 등 발라드 가수들이 1위를 나눠 가졌지만,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점차 댄스 가수 위주로 1위 수상자가 바뀐다.

특히 1995년은 김건모, 룰라, DJ DOC, 서태지와 아이들, 노이즈 등 댄스 가수들이 모두 50차례 집계 중 43차례 1위를 차지했던, 그야말로 댄스 가요의 해였다. 같은 해 김건모는 테크노 댄스곡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3집 앨범을 발표하고 280만 장을 팔아치운다. 지금까지 아무도 못 깨고 있는 국내 음반 최다 판매 기록이다. 이후 1990년대 후반은 H.O.T.와 터보, 쿨 등 2명 이상으로 구성된 댄스 가수들이 주로 1위를 나눠 가진 시기였다. 아이돌 그룹 체제 및 절도 있는 군무의 등장도 이때쯤부터다.

90년대에는 크게 두 가지 현상이 있었다. 하나는 가요 제작자들이 영미권 팝 시장에서 유행하는 댄스 리듬을 발 빠르게 가요에 가미한 것이다. 90년대에 김건모, 박미경, 클론, 엄정화, 노이즈에게 댄스곡을 만들어 줘 크게 히트시킨 작곡가 김창환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한 곡을 꼽으라면 흥겨운 레게 리듬을 가미한 김건모의 '핑계'"라고 밝혔다.

또 하나는 댄스 인재들의 가요계 진출이었다. 그 중심에 서울 이태원의 클럽 '문나이트'가 있었다. 이곳에서 춤으로 교류하던 박남정, 현진영, 양현석과 이주노(이상 서태지와 아이들, 양현석은 YG엔터테인먼트 설립), 강원래와 구준엽(이상 클론), 이현도와 김성재(이상 듀스),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설립), 유영진(SM엔터테인먼트에서 H.O.T.와 S.E.S.의 히트곡들을 제작), 션(지누션) 등이 속속 댄스 가수나 가요 제작자로 나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이 구사하던 브레이크 댄스는 그대로 TV쇼의 안무로 활용됐다.

◆90년대 가요 저력이 낳은 요즘 케이팝

90년대에 등장한 가요 제작 인재들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진영과 양현석은 국내 아이돌 가요계를 움직이는 제작자로 등극했고, 이승환, 윤종신, 유희열도 후진을 양성하는 레이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역시 90년대에 활약한 김광석, 신해철(넥스트), 015B, 윤상, 이소라, 김동률(전람회), 조규찬, 장필순, 이적(패닉) 등은 요즘 발라드나 여러 인디 음악의 작법 및 감성을 구축한 선구자들로 꼽힌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작곡가도 90년대에 활약한 댄스 가수 언타이틀 출신 유건형이다.

댄스 가요로 먼저 주목받고 있지만, 실은 다양성이 90년대 가요가 남긴 빛나는 유산인 셈이다. 90년대 가수들을 추억하는 책 '청춘을 달리다'를 펴낸 인기 음악 작가 배순탁 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90년대는 다양한 노래를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접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였다. 여러 장르를 다 볼 수 있었던 최후의 시대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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