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무개념 공무원 메르스 불렀다

'3無'에 뚫린 대구경북

대구 첫 메르스 확진 환자 K씨가 거주하는 남구 대명5동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6일 오후 대명5동 주민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외출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 첫 메르스 확진 환자 K씨가 거주하는 남구 대명5동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6일 오후 대명5동 주민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외출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청정지대였던 대구경북 방어선이 무너졌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역학조사에다 확진자들의 무책임하고 무지한 행동, 대구시의 허술한 대응이 3박자를 이루면서 메르스에 침범당했다.

①허술한 역학조사,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2차 유행' 초기부터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난달 27~29일 입원한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의 접촉자 관리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은 감염 경로를 응급실에만 국한했고, 이마저도 의료진이나 직원, 환자'보호자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입원 환자들조차 메르스 감염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받지 못했다. 안동 시내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강모(47) 씨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어깨수술을 받은 본지 권동순(59) 기자는 지난 1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 응급실 인근 외래환자 대기실에서 4시간 동안 함께 머물렀다. 그러나 감염 위험을 느낀 두 사람이 보름 동안 자택에 머무는 동안 병원 측은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지난 7일에야 공개됐다. 그 사이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모른 감염 의심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졌다. 대구경북 메르스 확진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메르스 확진 환자 Y(59) 씨와 대구의 확진 환자 K(52) 씨는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병원이나 보건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고 일상생활을 계속하며 수많은 접촉자를 낳았다.

②무관심'무개념 확진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K씨와 Y씨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구 남구 대명3동주민센터 직원인 K씨는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이후 지난 15일까지 지역 곳곳을 누볐다. K씨는 예식장'주말농장'장례식장'시장'식당'목욕탕 등 이용객이 많은 장소를 다녔다. 관광버스를 타고 전남 순천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경로당 업무 담당이었던 K씨는 경로당 3곳을 돌며 노인 130여 명과 접촉했고, 달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라이온스클럽 출범식에 참석해 148명과 만났다. K씨는 삼성서울병원에 함께 갔던 누나가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업무를 계속 했고, 직원들과 회식도 했다. 보건 당국에 삼성서울병원 방문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K씨는 대구시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내 몸은 내가 잘 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Y씨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방문 이후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Y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달 30일. 이후 몸살 기운으로 경주의 한 내과를 찾는 등 나흘 동안 병원 4곳을 전전했다. 병원 명단이 공개된 7일에도 Y씨는 신고를 미루고 있다가, 응급실에 입원한 Y씨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보건소 직원에 의해 발열 등 의심 증상이 확인됐다.

③무기력한 방역 체계

16일 대구의 첫 메르스 확진 환자 판정을 받은 K씨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K씨 친누나가 2일 이미 증상이 나타나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가족 등 대상자를 파악해 해당 지역에 통보하게 돼 있는데 이러한 통보 절차가 누락, 대구시는 대처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대구시'남구청도 허술하긴 마찬가지. 대구시는 메르스 청정지역을 얘기하면서도 대구시민들의 병원 방문 이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공무원이 대구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됐다. 남구청은 한 술 더 떠 15일 K씨가 의심 환자로 분류돼 대구의료원에 격리된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K씨와 함께 근무하거나 회식에 참석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및 격리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정상 근무시켰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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