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동화천 역사탐방로를 개발하자

굽이치는 강변을 따라 수많은 역사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탐방로가 있다. 대구시민이 자랑하는 중구의 '근대 골목'이 길이 1.5㎞, 간직한 이야기가 주로 근대에 국한되는 데 비해 이 탐방로의 길이는 7㎞에 이르고 곳곳에 산재한 유적이 간직한 이야기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아우른다. 어디 다른 먼 지역의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그곳은 바로 대구 동화천 주변이다.

최근 공공주택과 대구 4차순환도로 건설로 인해 대구의 마지막 생태하천인 동화천의 보존과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에 동화천을 따라서 '살아 숨 쉬는 달구벌 7천 년 역사길- 동화천 역사탐방로' 개발을 진지하게 제안한다. 동화천 역사탐방로는 금호강 합류지점인 북구 동서변동(금호강 세심정)에서 시작하여 연경동을 거쳐 동구 지묘동(신숭겸 장군 유적지)에 이르는 강변 보행거리 약 7㎞, 소요시간 약 2시간 코스의 구간이다. 동화천변 탐방로에는 곳곳에 풍광과 역사문화가치, 교육소재와 흥밋거리도 넘쳐 난다. 도심 녹색 힐링공간인 동시에 훌륭한 역사교육장으로는 우리나라 으뜸일 것이다.

첫째로 동서변동 무태는 대구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농사를 짓고 살기 시작한 정착지이다. 대구에서 빗살무늬토기로 대표되는 기원전 5천 년 전 신석기 시대 대표 유적지가 발견된 곳으로서 거칠게 말해 대구경북 지역 토박이들은 바로 이들 선사 인류의 후예들이다. 둘째로 동화천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곳으로 신숭겸 장군 유적지, 살내전투 등 관련 설화와 유적이 곳곳에 있다. 셋째로 지금은 흔적이 사라졌지만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이 연경동 화암 부근 동화천변에 있었다. 연경서원은 대구를 대표하는 '학문과 사교의 전당'이었다.

넷째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요즘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광해군의 태실이 있다. 신라, 고려, 조선을 통틀어 대구지역에서는 유일한 왕자태실이라 유물가치가 매우 높다. 다섯째로 동화천이 금호강과 합류하는 유역의 세심정과 나루터 일대는 서거정이 말한 대구십경의 제1경으로 조선 중후반 강안(江岸)문학이 활짝 꽃피며 조선 유학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주무대이다. 여섯째로 연경동에 있는 수령 1천 년의 느티나무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노거수(老巨樹)이다. 거란족이 고려를 침략할 시점에 태어나 지금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는 사진이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을 수 있다. 일곱째로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태는 서계서원과 송계당을 비롯한 누정, 재실, 비각들이 마을에 산재해 있다. 이처럼 '동화천 역사탐방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로 가득 찬 그야말로, 스토리텔링 천국의 테마형 역사탐방로인 셈이다. 실제 역사탐방로를 상상해 보면 동화천 하류인 금호강 합류지점에서 시작해 상류로 올라가면서 금호강변 세심정과 나루터~서계서원과 송계당~서변동 선사시대 유적지~수령 1천 년의 연경동 느티나무~광해군 태실~대구 최초 서원인 연경서원~왕건과 견훤의 역사적 공산전투~신숭겸 장군 유적지로 이어진다. 동화천 역사탐방로를 금호강 무태~검단 구간 일대 수변 레저관광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함께 추진한다면 250만 대구시민이 즐길 수 있는 명품 관광지가 될 것이다.

인문지리학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권에 속한 하천 중 동화천만큼 우수한 경관과 생태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하천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동화천 주변은 대구가 자랑할 수 있는 자연자산과 역사자산의 보고이자, 대구의 미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동화천 역사탐방로'의 개발을 학수고대한다.

이헌태/대구 북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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