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국보 제306호인 삼국유사 목판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는 군위군 군위읍 조선시대 체험시설인 '사라온 이야기마을'에 삼국유사 목판복원사업을 위한 작업장인 도감소(都監所)를 설치,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다. 삼국유사는 민족의 보전(寶典)이자 역사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지만, 10여 종의 판본만 남아있을 뿐 목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목판복원 도감소 문 열어
경북도는 지난달 27일 군위군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과 '사라온 이야기마을'에서 삼국유사 목판복원사업 추진위원과 자문위원, 유관기관'단체장 및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식'을 열었다. 도감은 고려'조선시대에 나랏일이 있을 때 임시로 설치한 관아를 의미한다.
특히 도감소가 문을 여는 날 한국의 문화, 민속, 종교, 신화에 관심이 많은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작가인 르 클레지오 씨가 찾아 의미를 더했다. 르 클레지오 씨는 지난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라는 칭호를 받은 세계적인 문학가다. 그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의 오랜 인연으로 지난달 27일 군위에서 문을 연 도감소를 찾았으며,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르 클레지오 씨는 이날 특별강연을 통해 "삼국유사는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한국뿐 아니라, 인류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면서 "1980년 처음 영문으로 된 삼국유사를 접한 뒤 지금은 더 많은 나라에 알리기 위해 프랑스어 번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삼국유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직접 판각 과정을 보고 인쇄 체험을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경북도가 삼국유사 목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나서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경북도는 2014년부터 30억원을 들여 보각국사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 목판복원사업에 나섰다. 2017년까지 삼국유사의 조선 초기 판본과 조선 중기 판본, 이를 집대성한 경상북도 교정본을 목판으로 복원하고 있다. 목판으로 인쇄한 책을 기준으로 삼아 목판으로 새기고, 다시 옛날 방식으로 책을 찍어내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이곳에서 인출된 책자는 앞으로 대학, 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보급해 삼국유사의 이해와 고대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7명의 전문 각수(刻手)가 복원 나서
삼국유사 목판복원을 위해 경북도는 지난 6월 전국 공모를 거쳐 삼국유사 전문 각수(각자장) 7명을 선발했다. 이들 각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공방에서 7월부터 실질적인 목판 제작에 착수했다. 각수는 의성과 고령을 비롯해 강원 고성, 경기 안성, 경남 함양, 충북 보은, 충남 예산에 흩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일부에서는 각수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서 목판복원 사업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도는 군위에 도감소를 만들어 전국의 각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군위 도감소에는 각수 7명 중 개인 사정에 따라 5명이 모여 작업할 예정이다.
도는 또 도감소에서 작업하는 각수들에게 전통복장을 입히는 등 관광프로그램으로 연결하도록 계획을 짰다. 또 탁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관광상품으로 만들 방침이다. 일반인들이 삼국유사에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삼국유사 관련자료 전시와 판각'인쇄 과정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3개의 목판은 경북신도청, 군위군, 한국국학진흥원에 보관하고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단순히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목판인쇄 전통기록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도지사는 또 "목판의 중요성과 삼국유사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융성의 시대에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으로 판단해 경북도가 목판사업에 나서게 됐다"면서 "문을 연 도감소 공방을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함으로써 소중한 문화'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국유사는 목판으로 제작돼 다수 인쇄본이 발간됐지만, 1512년 경주부윤 이계복이 간행한 임신본을 마지막으로 목판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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