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뮤지컬 '투란도트'를 보고

지난해 12월 9일부터 27일까지 19일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를 보았다. 이 작품은 한국 뮤지컬 분야의 방향성 제시는 물론, 세계시장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서 무척 고무된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나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 부분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이 '음악을 곁들인 연극'(Musical Drama)의 수준을 벗고 '춤과 무용이 있는 음악 장르에서도 의미 있는 극음악(Musical)'으로의 모양새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뮤지컬,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여러 뮤지컬들은 그냥 규모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대본가와 작곡가, 그리고 분명하고 정확한 악보가 있다. 이렇듯 세계적 뮤지컬들은 오페라가 가진 음악적 특성에 대중적 취향이 입혀진 응용 음악 분야의 작품이기 때문에 음악 언어를 통해 세계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기본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DIMF는 용어상으로는 음악 장르의 축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연극 장르의 축제이다. 제시된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의 악보만 보면 어디서나 어느 단체에서나 재공연이 가능하고 재해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작품의 발굴과 발전 가능성의 제시'라는 부분에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의 입장에서는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연기자가 아닌, 노래를 배워서 연기하는 연극인들의 축제로서 음악적 발전 가능성은 거의 포기했다는 안타까움이 컸었다.

또한 이렇게 해서는 뮤지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국제적 수준에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했었다. 그래서 DIMF를 볼 때마다 '연극인들만의 축제로 굳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늘 안고 있었다. 결국 뮤지컬의 성패는 음악의 내면적 수준에 있으며, 음악 장르의 가능성이 표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뮤지컬 투란도트'는 싹 날려주었다. 이미 2010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가능성을 음악의 무대인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처음 만났다. 아마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만큼 이 작품은 음악 작품이란 느낌이 강해 훨씬 큰 관람 의무감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 대구에서 만든 창작뮤지컬이 장기공연의 가능성을 갖는다는 것이 연극적 요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음악 수준에서 비롯됨을 다시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물론 약간의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제작 기획사의 이름만 있을 뿐 대본가와 작곡가의 이름을 프로그램 노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1인 작곡 작품이 아니다 보니 작품의 음악적 통일성에 결함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부분 부분 아름다운 노래가 있지만 그 노래들이 화성적으로나 관현악적 음색 부분에서 다른 성격을 지닌 요소들이 많아 일관된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약간의 약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도 유치하고 아리아도 별로 찾을 수 없는 '명성황후'에서의 음악적 허탈감을 '뮤지컬 투란도트'는 완전히 극복했다. 앞으로 서울 공연과 중국 공연을 비롯한 세계적 장도에 성공을 기원한다. 그리고 DIMF가 이 작품을 계기로 연극 중심의 뮤지컬축제의 틀을 벗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음악적 장르의 뮤지컬로서 연극계와 더불어 큰 의미를 가지게 되길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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