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산지 표시 위반, 전통시장 망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은 4일 대구경북 백화점과 마트, 전통시장 등 유통시설에서 122건의 농식품 부정유통 사범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900건이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북지원의 단속을 분석하면 허위 원산지 표시가 77건, 아예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가 45건으로 드러났다. 단속 품목은 돼지고기가 43건, 쇠고기와 배추김치 각 18건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반은 설 명절 특수를 앞두고 설 차례용품을 찾을 소비자를 노리고 한몫 보려는 일부 비양심적인 상인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른 곳과 달리 특히 전통시장에서의 원산지 위반과 같은 그릇된 상행위는 아프게 되돌아볼 일이다. 이는 소비자 신뢰를 잃어 전통시장을 외면하게 하는 지름길이어서다. 가뜩이나 힘든 전통시장의 기반을 갉아먹고 소비자 발길을 돌려 시장을 망치는 자해(自害) 행위나 다름없다. 또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을 무색게 하고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잖아도 정부는 날로 쇠퇴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설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정책과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형마트 등 새로운 형태의 '공룡' 유통시설이 전통시장을 잠식하면서 골목은 물론 지역 상권마저 초토화시켜서다. 한번 떠난 소비자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전통시장에서의 공연 개최나 야시장 개설과 같이 다양하게 노력하는 것도 소비자 유치를 통해 전통시장을 부활시키겠다는 몸부림이다.

아울러 전통시장에 호의적인 기업체나 사회단체의 지원마저 끊기게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전통시장에 힘을 보태는 기업체나 단체가 많다. 설'추석 명절 때 전통시장 상품권을 사는 것은 전통시장 부활을 돕기 위함이다. 포스코가 최근 임원 30% 이상 감축에도 87억원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사고 설 명절 차례용품을 전통시장에서 마련하자는 뜻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시장은 서민의 삶과 애환이 깃든 문화의 일부다. 그런 만큼 상인 스스로 나설 때다. 속임수 근절을 위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혹은 상인 조직을 통해 신뢰의 상도덕 회복으로 시장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 이는 상인과 소비자는 물론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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