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38)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파키아오는 10일(한국시간) '복싱의 메카'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논타이틀 매치에서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를 12라운드 끝에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화려한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파키아오는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에서 두 차례 다운을 빼앗아내며 심판진 모두에게서 116-110의 우세를 인정받았다.
파키아오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는 그는 "이제 나는 은퇴한 선수"며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은퇴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키아오는 이날 경기에서 브래들리를 두 차례 다운시켰다. 7라운드에서의 첫 다운은 비록 파키아오의 펀치가 적중하긴 했지만 그 충격보다는 미끄러져서 넘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좀 더 격렬해진 9라운드에서 빼앗은 두 번째 다운은 명확했다. 파키아오의 트레이너인 프레디 로치는 "모든 사람이 엄지를 치켜세울 만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파키아오는 브래들리와 앞서 두 차례 대결한 적이 있다. 파키아오는 2012년 6월 9일 첫 대결에서 브래들리에게 1-2 판정패를 당했다. 파키아오가 브래들리보다 90여 개의 펀치를 더 적중시키고도 패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WBO는 특별 재심 단을 꾸려 비디오 판정을 했다. 그 결과는 파키아오의 만장일치 판정승이었다. WBO는 브래들리의 승리를 박탈하는 대신 리매치를 주선했고, 파키아오는 2014년 4월 13일에 열린 리매치에서 브래들리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파키아오는 이날 총 439개의 펀치 가운데 122개를 꽂아넣었다. 이날 12라운드로 펼쳐진 경기에서 라운드당 10개의 펀치를 적중시킨 셈이다. 브래들리는 302개 가운데 99개가 유효타였다.
파키아오는 지난해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세기의 대결' 4라운드에서 다친 오른쪽 어깨 부상이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파키아오의 이날 경기력은 전성기 때와는 거리가 멀었다. 파키아오는 속사포 같은 빠르고 강력한 펀치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이날은 주먹을 다소 아끼는 모습이었다.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지만 세월의 흐름은 빗겨날 수 없는 듯 보였다.
파키아오는 "매 라운드 다운시키고 싶었다"며 과거 판정 논란이 있었던 브래들리와의 악연을 상기시킨 뒤 "하지만 브래들리는 정말 터프하고 좋은 복서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오른쪽 어깨에 이상이 없는 만큼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만족했다.
플라이급부터 라이트 미들급까지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는 통산 전적 58승(38KO) 2무 6패를 남기고 이제 글러브를 벗고 정치활동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물론 파키아오가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낙선하면 링으로 돌아올 여지는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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