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회사에 근무하던 이모(39) 씨는 2년 전 연고지인 대구의 현 직장으로 옮겼다. 연봉이 수백만원 정도 줄기는 했지만, 동종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 씨가 다니는 제조업체는 최근 수년 새 매출과 고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업체 10년 차 사원의 연봉은 5천만원 중반 이상이라고 했다. 이 씨는 "채용설명회에 온 대구 대학생들이 같은 분야의 대기업은 잘 알면서도 우리 회사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 발전 전망이 밝고, 처우도 동종 업계에선 좋은 편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보다 나은 근무 조건을 찾아 타지로 떠나는 대구 청년들의 '일자리 엑소더스'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운데 구직자들이 이제는 지역의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임금군(群)'을 이끄는 기업은 적지만, 대구 중견'강소기업의 역량은 가볍지 않다.
전국의 '월드클래스 300'(매출액 400억~1조원인 중소'중견기업) 기업 현황(2015년)을 보면 대구는 전체 107곳 중 20곳으로, 경기(64곳)'서울(26곳) 다음으로 많고 부산(13곳)보다 앞선다. 남다른 경쟁력을 갖춘 유망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지역에도 높은 임금 수준의 기업들이 상당수다. 대구시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채용박람회 참여 기업들을 보면, 대졸 초임이 3천만원 중반을 넘는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대구시와 함께 선정한 '고용친화기업 후보군'에는 장래 성장 가능성과 근무 여건이 우수한 기업 79곳이 포함돼 있다.
대구시 김동우 고용노동과장은 "지난해 '청년우수기업'에 이어 올해 '고용친화기업'을 발굴해 이들 위주로 기업정책을 집중하는 등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지역에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는 "지역 업체가 초임은 다소 약해도 일정 근속 연수를 넘으면 임금이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50인 이상 기업' '근속 10년 이상 종사자' 식으로 전국 시도의 기업들을 조사해 보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구의 산업구조 특성상 임금 수준이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통계에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조사(표본 추출)에 따르면 대구의 상용근로자(1년 이상 근무) 월 임금 총액은 최근 수년째 전국 16개 시'도 중 제주도 다음으로 낮다. 대구 전체 기업 중 1~49명 미만인 '소기업'이 99%이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2차'3차 업체가 많다 보니 나타나는 '평균의 오류'라는 지적도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대구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낮다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대구' 하면 떠오르는 좋은 근무 조건의 '브랜드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술력과 비전을 갖춘 알짜 기업들이 생각 이상으로 대구에 많은데, 구직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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