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설탕의 존재를 처음 접한 때는 기원전 4세기경이다. 알렉산더 대왕 휘하 한 장군이 BC 327년 인더스강 근처를 지나다 인도인들이 사탕수수즙으로 음료수를 만드는 것을 목격하면서다. 이후 인도에서 생산된 설탕은 세계 여러 곳으로 전파된다. 당시 설탕은 고급 조미료나 향신료, 약품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다 16세기 접어들어 대규모 사탕수수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설탕은 요리와 식품에 널리 쓰이게 됐다.
지금까지 설탕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당분을 효과적으로 공급해주고, 음식의 맛도 좋게 해주는 장점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랬던 설탕이 최근엔 건강을 위해 추방시켜야 할 존재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설탕이 어쩌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존재가 됐을까.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설탕이 정말 우리 몸에 해로운지, 어떤 점에서 그런지, 또 어떤 대체식품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20년째 설탕 없이 사는 부부
홍순규(63)'강미란(57) 씨 부부는 설탕 없이 산 지 벌써 20년이 된다. 이들의 식탁에 설탕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강 씨가 20년 전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친정아버지가 평생 당뇨로 고생하시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9남매인 형제들도 가족력 때문에 대부분 당뇨를 앓았어요. 어릴 적부터 설탕은 가급적 안 먹으려고 조심했었지요. 그러다 20년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결과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조심했었는데…."
강 씨는 당뇨로 고생하시던 아버지와 오빠, 언니들의 힘든 표정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때부터 집안에서 설탕은 완전히 퇴출당했다. 흰 쌀밥과 불고기 대신 식탁엔 검정콩과 현미가 섞인 잡곡밥과 된장류, 채소류의 반찬이 차지했다. 간혹 단맛을 내야 하는 음식에는 배와 양파, 매실 진액이 설탕 대신 들어갔다. "우리 집에는 배가 365일 없는 날이 없어요. 배나 양파로 단맛을 충분히 낼 수 있지요."
20년이 지난 요즘은 밖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설탕이 든 음식은 당장 몸에서 거부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그는 "각종 모임 때는 친구들이 내가 설탕을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채소류나 생선류가 나오는 식당을 주로 선택을 한다. 그래도 밑반찬 중에 설탕이 든 음식은 바로 입이 거부한다"고 했다.
설탕을 멀리하는 강 씨 때문에 홍 씨와 두 아이도 자연스레 설탕과는 담을 쌓게 됐다. 홍 씨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설탕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다"면서 "결혼 후에도 집사람이 설탕 없는 음식만 내오니 자연스레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설탕을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홍 씨는 "그래서 된장 같은 찌개류나 고기도 구워먹는 회식을 더 좋아한다. 회식 때도 입맛에 안 맞아 설탕을 가급적 피하게 되더라"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설탕 없이도 당분은 과일이나 양파, 매실 등의 채소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서 우리 몸이 필요한 당분 결핍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 나이 때 걱정해야 하는 각종 성인병에서 해방돼 좋다"면서 "설탕이 없는 음식을 먹으면 굉장히 깔끔하고 담백하며 깨끗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먹고 나서도 더부룩한 느낌이 없고, 개운한 상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설탕과 이별한 후 이들의 몸은 예전에 비해 생생해졌다고 했다. 홍 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하나같이 전부 부러워한다. 얼굴이 굉장히 맑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제 자랑 같지만 10년은 더 젊게 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강 씨도 그때 이후로 한 번도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선 적이 없다. 강 씨는 "혈당계를 집에 사놓고 1주일에 서너 번은 체크하는데 이상이 없다. 성인병도 없이 지금껏 건강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설탕 없이 산 인생 덕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설탕 없는 식단의 도전에 감탄하자 강 씨는 자랑도 솔직히 드러냈다. "아파트 헬스장에 가면 다른 아줌마들이 엄청 부러워해요. 어떻게 그 나이에 배가 하나 안 나오고, 피부도 그리 반들반들한지 비결을 많이 물어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로 아는데, 그동안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알고 나면 놀랄 겁니다."
아이들이 장성해 직장을 찾아 집을 떠난 요즘은 부부가 소식(小食) 식단으로 또 한 번 변신을 했다. "아침식사는 삶은 검정콩에 저지방 우유를 넣은 뒤 믹서로 갈아서 한 잔 마시고, 토마토와 사과 한 쪽으로 간단히 때웁니다. 점심은 하루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신경 쓴 밥상을 차리지요. 생고기를 굽고, 야채나 된장'청국장 등으로 세 끼 중 가장 화려하게 먹어요. 저녁은 생선구이, 계란찜, 김치찌개 등을 식탁에 올립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남은 인생에도 설탕과는 계속해서 이별할 계획이라고 했다. "직장 때문에 다른 도시에 가 있는 아이들이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단맛, 설탕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기만 바랄 뿐인데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설탕을 입에 대지 않아 어릴 때 충치 하나 없이 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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