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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전통시장, 밤에 꽃피다…'야시장'

서문시장 야시장 매대에 오를 메뉴를 직접 골랐던 이연준(50
서문시장 야시장 매대에 오를 메뉴를 직접 골랐던 이연준(50'왼쪽)'박소이(44) 씨가 서문시장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활짝 웃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서문시장 야시장 셀러 대표 권문식(33) 씨가 서문야시장 글로벌화를 위해 야시장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진 기자
서문시장 야시장 셀러 대표 권문식(33) 씨가 서문야시장 글로벌화를 위해 야시장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진 기자

해가 지면 활기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대구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수성못 등 대구에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지만, 최근엔 전통시장이 중심이 돼 대구의 밤풍경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 대구시와 8개 구'군, 상인들이 전통시장 자생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설 야시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교동도깨비야시장이 개장한 데 이어 서문시장 야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를 예고하며 내달 3일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밤에 즐겨 찾는 전통시장도 많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밤에 꽃을 피우는 대구의 전통시장과 해외의 유명 야시장을 소개한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내달 3일 문을 여는 서문시장 야시장은 해가 떨어지면 어둠침침해지는 전통시장의 밤풍경을 확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보다 야시장을 시민들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최초의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야시장 매대에 오를 음식들을 시민들이 직접 평가해 선정했고, 매대 셀러들은 스스로 야시장 문화를 발굴해 대구의 명품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야시장 메뉴 직접 고른 시민들

"우리가 직접 고른 메뉴들이 대구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맛에도 큰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달 문을 여는 서문시장 야시장 식탁에 오를 거리 음식들은 모두 시민들의 선택에 의해 채택됐다. 지난 3월 영남이공대에서 열린 '요리 품평회 및 시식회'에서 대구시가 선발한 시민품평단 70명의 입맛에 따라 모두 70여 개의 음식메뉴가 탄생한 것이다.

이연준(50)'박소이(44'여) 씨도 이날 참가한 시민품평단 중 한 사람이다. 시민품평단은 서문시장 야시장의 운영을 기관이나 상인조직이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것. 그 때문에 당시 열린 '요리 품평회 및 시식회'도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씨는 "당시 180여 개 팀이 치열한 음식대결을 펼쳤다. 평소 분량의 3배가 넘는 음식을 먹느라 힘들었지만, 내 손으로 야시장 메뉴를 고른다는 생각에 평가하는데 조금도 소홀할 수 없었다"고 했다.

1주일에 서너 번은 서문시장을 찾는다는 박 씨는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했다. "떡볶이와 주먹밥, 납작만두 등 익숙한 음식에서부터 베이컨말이 소시지, 삼겹살 김밥, 대만식 닭튀김인 지파이 등 색다른 음식도 많았어요. 일단 맛에 중점을 뒀고,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등 상징성에도 좋은 점수를 줬지요."

이들은 대구시정모니터단 일을 하면서 만난 사이다. 그만큼 대구시의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야시장 시민품평단 모집 소식을 듣자마자 신청했다고 했다. 박 씨는 "서문시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아니 전국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시장"이라며, "이곳에 야시장을 만드는 데 시민들을 참여시킨 것은 대구시가 잘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씨는 "야시장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을 참여시켰다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모아졌을 텐데, 전부 끝내놓고 음식 맛만 평가하는 데 그친 것은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문시장 야시장이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문시장에 얽힌 대구의 역사 같은 스토리들을 적극 발굴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다 인근에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상설공연장을 통해 문화적인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 씨도 "품평회 때 치킨이나 어묵 같은 야시장에 어울리는 음식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은 선짓국이었다"면서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한 중앙떡볶이나 마약빵, 신천할매떡볶이, 납작만두 등 대구 명품음식들도 이곳에 함께 있다면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러 스스로 야시장 문화 만든다

"국내 최대 전통시장 관광명소로 발돋움하는데 셀러들이 힘을 합치겠습니다."

대구시가 밝힌 서문시장 야시장 운영방침은 시민, 상인, 관광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있다. 그래서 서문시장 야시장을 운영할 셀러를 가리는 선발과정은 무척 까다로웠다는 게 시의 설명. '서문야시장 고시(考試)'로 불릴 정도로, 최종 선발된 80명의 셀러들은 11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이들 셀러를 대표하는 상인으로 권문식(33) 씨가 꼽혔다. 그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셀러가 있었지만, 자신이 서문야시장을 글로벌화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대표에 나섰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어요. 매형이 하는 통신업체에서 일을 했던 5년을 제외하고 10년 가까지 노점을 비롯해 음식점, 커피가게, 전단지사업 등 다양한 장사를 했습니다. 얼마 전 서문야시장 셀러 모집 공고를 보고 그동안 공부하고 겪었던 노하우를 이곳에다 쏟아야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지요."

권 씨는 가장 먼저 야시장 문화를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해외는 물론 국내 다른 지역에 가도 그 도시의 정서를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곳이 전통시장인데, 그중에서도 야시장은 꼭 들르지요. 서문야시장을 글로벌화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상인들 스스로 야시장 문화 정립에 힘을 쏟겠습니다." 그래서 권 씨는 매일 대구시 관계자와 서문시장 기존 상인회 사람들, 그리고 야시장 셀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야시장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다. 입이 즐겁지 않으면 야시장을 찾는 발길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권 씨의 판단이다. 권 씨는 "메뉴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셀러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험상 장사가 잘되면 맛이 바뀌게 된다. 맛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현재 지정된 매대 위치도 3달에 한 번씩 바꾸기로 했다. "80개의 매대가 400m가량 줄을 지어 늘어설 경우 반드시 위치 때문에 피해를 입는 셀러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일종의 장사목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소비자의 심리를 따져보면 가장자리보다 중간자리가 장사목입니다. 셀러들이 공평하게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쓸 생각입니다."

권 씨는 "셀러와 시민이 함께 운영하는 야시장을 만들어 대구를 상징하고 전국에서 유명한 밤의 명소로, 관광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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