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법정 개원일을 지키지 못했다. 여야는 어제 오전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국회의장직을 서로 가져가려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다툼 때문이다. 2야는 새누리당을 배제한 채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날 예정한 국회의장 선출과 본회의 소집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로써 20대 국회도 법정 개원일을 어기는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국회는 지난 1994년 6월 국회의장단을 국회 임기 개시 이후 7일 이내에, 상임위원장단은 최초 집회 이후 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했지만 이후 22년 동안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법정 개원일을 어긴 상황에서 차선책은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원(院) 구성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관적이다. 원 구성 협상에 진척이 없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의장을 국회의원 자율 투표로 선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협상이 다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고 2야가 자율 투표를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거야(巨野)의 '의회주의 파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선출도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당이 그 대가로 양보할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각 당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2야도 지금은 국회의장 선출 방식에 공조하고 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는 얼마든지 갈라설 수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20대 국회 원 구성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9월 정기국회 직전까지 끌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여야의 행태는 국민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협치'를 하라는 20대 총선 민심에 대한 배반이기도 하다. 원 구성 협상부터 이런 식이라면 20대 국회도 기대할 것은 없다. 오히려 최악이란 오명을 쓴 19대 국회보다 더 못할 것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여야는 한 발씩 양보해 원 구성 협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것이 총선 민심에 대한 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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