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또는 '재건축'을 놓고 10년을 끌어온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 현대화 방향이 대구시의 용역 결과 현 부지 확장'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용역 결과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전을 주장하는 다수 도매상인들은 현실을 무시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10년간 세 차례 용역, 결국 '제자리'(?)
시는 지난 23일 도매시장관리사무소에서 도매시장 상인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용역에선 2차 때 제시된 이전 후보지 4곳에 대한 교통'개발 및 부지 환경 여건을 집중 평가했다. 그 결과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68점) ▷북구 팔달동(63점)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58점) ▷북구 검단동(56점) 순으로 나왔다. 도매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전 희망지로는 현 도매시장에 인접한 북구 팔달동이 76%로 가장 우세했다.
그러나 용역 결과는 공사 어려움 또는 사업비 증가 등의 탓에 '4곳 후보지 중에는 탁월하게 적정한 곳이 없다'며 '새 후보지 선정은 시간 부족과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불가하다'고 결론 냈다. 그러면서 '현 부지의 확장 재건축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안했다.
1988년 북구 매천동에 문을 연 대구도매시장은 서울 가락'강서시장에 이어 거래 물량이 전국 세 번째 규모인 한강 이남 최대의 농수산물 집산시장이다. 2014년 기준 55만2천t 거래 규모에 농수산 상가 업주 220여 명, 중도매인 300여 명 등이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상가 및 주차장 등 부지 면적이 좁은데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시가 이번에 내놓은 용역결과는 지난해 2월 (재)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동컨소시엄에 맡긴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2007년(1차)과 2013년(2차) 용역에 이은 세 번째다. 2억원을 들여 두 차례 용역을 하고도 사업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시는 3차 용역 중인 지난해 8월쯤 '재건축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이전을 주장해 온 도매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일자,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을 빼면서 올해 4월 총선 이후로 용역 최종보고회를 미뤘다.
◆'재건축 안 된다' vs '최종 답 아니다'
대구도매시장 이전을 요구해 온 쪽에선 이번 용역결과에 대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의 박규홍 대구연합회장은 "시는 2차 용역에서 이전으로 답이 나왔지만 사업 추진을 미적거렸다. 이번에도 후보지 4곳에 대한 평가 순위까지 내놓고선 뜬금없이 리모델링이 최적이라고 결론을 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확장 재건축 안에 따른 추가 매입 부지(1만3천㎡)는 실제로 필요한 면적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도매시장 이전에는 3천500억원, 재건축에는 2천600억원이 소요되고, 이전지 면적은 현 부지의 2배가량인 30만㎡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이번 용역결과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의 계획대로 내년 3월 전까지 3천억원 규모의 농림축산식품부 국비공모사업으로 대구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신청하려면, 연말까지는 현대화 방안을 결정짓고 상인 간의 합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3차 용역결과에서 보듯 4곳 후보지 중 탁월한 곳이 없고, 추가로 이전 후보지를 검토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확장'재건축 안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의 국비공모사업에 근거로 제출하는 용역결과의 유효기간이 '용역 완료 후 2년 이내'이기 때문에 애초 예상처럼 내년 3월까지 급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없고, 2018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시는 앞선 1차 용역에서 도매시장 활성화 논의 수준에 그쳤고, 2차 때도 이전이 유리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사업 추진을 미룬 바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시설현대화를 실시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나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유통 종사자 간 이해 관계가 달라 신축 건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용역결과가 시의 입장은 아니며, 이달 30일 도매시장 유통종사자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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