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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함께] 내가 나비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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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1966~ )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 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중략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시인은 외사랑을 하는 자이다. 외사랑은 상대에게 자신이 사랑하는지를 모르게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외로운 사랑이다. 자신이 누구에게 사랑받는지를 모르고 살고 있는 것도 외로움이라면, 좋은 시집은 늘 독자를 확인할 수 없는 그 외로움을 감당하고 있다. 자신이 지었지만 그 시집 속에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시인도 늘 외로워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어떤 '고백'과의 밀애라는 점에서 모든 시인이 시를 쓰며 외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쩐지 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비밀들이 시 같습니다. 시는 우리의 언어 안에 항상 감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시로 표현되는 세계의 비밀이 좋아집니다. 내게 이 시집은 '사람들이 끊어놓은 지평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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