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 취업 시험 준비할 때…노인, 직업 전선서 뛴다

국내 노동시장 씁쓸한 현주소

노동시장의 고령화가 뚜렷해지고 청년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 그나마 있는 직장도 근무 환경이 열악해져 더 이상 다니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고령자들은 일을 더 하고 싶으나 청년들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고, 경쟁에 불안을 느낀 청년들은 공무원직에만 목을 매고 있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한국 노동시장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고령화 현상 뚜렷

노동시장의 고령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청년층 인구(15~29세)는 2007년 정점(986만3천 명)에 이른 뒤 38만6천 명이나 감소한 반면 고령층(55~79세)은 지난 10년간 406만4천 명 증가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기본자료에 따르면, 올해 청년층 인구는 944만9천 명으로 고령층(1천239만7천 명)보다 294만8천 명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과 고령층을 나누는 기준은 세대별 취업 관련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통계청이 설정한 것이다.

고령층 인구가 청년층을 추월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2010년엔 청년층이 972만 명으로 고령층 948만1천 명보다 239만 명 더 많았다. 그러다 2011년 청년층이 961만4천 명, 고령층이 995만3천 명으로 인구구조가 역전됐다. 당시 격차는 33만9천 명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올해 294만8천 명으로 벌어졌다.

올 5월 기준으로 15세 이상 전체 인구 4천338만7천 명 중 청년층의 비중은 21.8%, 고령층의 비중은 2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일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만 따져도 청년층은 446만9천 명, 고령층은 683만2천 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청년층 47.3%, 고령층 55.1%로 오히려 고령층이 더 높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2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전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498만 명 중 13.1%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직업전선에 나서고 있다.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683만2천 명 가운데 취업자는 666만 명으로 고용률은 53.7%였다, 실업자는 17만2천 명으로 실업률은 2.5%다.

고령층 인구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1.2%(758만2천 명)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했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8.0%),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4.9%) 등이었다. 장래 근로희망자의 일자리 선택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6.9%), '임금 수준'(24.0%), '계속근로 가능성'(17.4%) 순으로 조사됐다.

◆구하기도, 다니기도 어려워진 직장

청년층은 갈수록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취직하더라도 첫 직장을 다니는 기간은 2년이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평균 11.2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0.2개월이 늘었다.

1년 가까운 취업 도전 끝에 취업에 성공하고도 오래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청년도 많았다. 첫 직장의 근속 기간은 평균 18.7개월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0.3개월 늘긴 했지만 2년을 못 채웠다.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층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절반에 가까운 48.6%가 '근로 여건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보수, 긴 근무시간이 문제였다. 다음으로 '건강'육아'결혼 등 개인'가족적 이유'(16.8%), '계절적인 일이 끝나거나 계약 완료'(10.7%) 등의 순이었다.

고령층 일자리 사정도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통계청에서 55~79세 고령층에게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둘 때 나이를 물었더니 평균 49.1세였다. 지난해보다 0.1세 늘긴 했지만 여전히 50세를 넘기지 못했다. 직장에서 나온 이유는 청년층과 달리 가장 많은 30.6%가 '사업 부진, 조업 중단, 휴'폐업'을 들었다. 하지만 고령층은 일을 그만두고 싶은 연령을 묻자 평균 72세로 답했다.

◆'공무원 되자' 휴학도 불사

노동시장이 고령화되고 다닐 만한 직장이 줄어들게 되자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명 중 무려 4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탓에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청년들이 '공시족'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취업준비생 중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은 39.3%로 같은 기간 대비 4.4%p나 올랐다. 2014년 28.0%와 비교하면 2년 만에 10%p 넘게 뛴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이 5.5%p 증가한 36.1%, 남성은 3%p 증가한 42.2%를 기록했다. 일반기업체 입사 준비생은 지난해 18.9%에서 올해 21.5%로 소폭 올랐으나,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 분야를 희망하는 청년은 22.9%에서 16.5%로 하락했다. 또 고시'전문직 취업준비생은 8.7%, 언론사'공기업 준비생은 9.0%, 나머지 5.0%는 교원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처럼 공무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이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 평균 1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전보다 1.1개월 늘어난 50.6개월로 집계됐다. 실제로 대졸자 중 휴학 경험자의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44.6%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휴학자 비중은 2007년 5월 36.3%를 기록한 뒤 점점 상승해 2011년 43%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0.3%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