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나오는 두 작품 "슬픔 이겨내고 다시 시작해요"

서문시장이 배경인 두 편의 극 작품이 16일(금)부터 18일(일)까지 각각 공연된다. 연희극 '큰장별곡'과 뮤지컬 '패션꼬레아'다. 조선의 3대 시장이었고 근현대 시기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원단시장이었으며, 섬유도시이자 패션도시 대구의 뿌리이기도 한 서문시장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꿈을 꾸고 사랑을 나눴으며 애환도 겪은 서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지난 11월 30일 서문시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원단, 의류, 침구류 등 섬유를, 또 패션을 주로 다루는 4지구 상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두 작품은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시장 상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함께 가슴 아파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서문시장을 재조명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슬픔과 아픔 서로 보듬어 온 서문시장 상인들, '큰장별곡'

연희극 '큰장별곡'의 큰장은 바로 서문시장을 가리킨다. 대구의 위인, 역사적 사건, 유적 등을 다뤄온 기존 여러 극 작품들과 달리 '큰장별곡'은 억척스럽게 대구를 일궈 온 서민들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이 전개된 시장, 그중에서도 대구를 대표하는, 1960년대에 전국을 상대로 하는 포목점들이 모여 있었던 서문시장을 소재로 다룬다. 연희극답게 시장 마당을 배경으로 놀이판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김필범은 "어릴 적에 서문시장 인근에 살았다. 서문시장은 추억의 보물상자다. 사람 냄새와 정겨움, 그러면서도 치열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을 우리 국악과 버무린 극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도입부 '정월 장터' ▷1막 '혼담' ▷2막 '달래 이야기' ▷3막 '거식이패 놀이판' ▷4막 '화재, 그리고 희망'으로 구성됐다. 서문시장 제일포목점 배 사장은 짐꾼 춘배와 딸 점례를 혼인시킨다. 점례는 아버지로부터 일을 배우며 가게를 물려받을 준비를 해 나간다. 그러나 한 해의 마지막 날, 아무도 없는 가게에 갑자기 불이 나 점례는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가게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점례는 배 속의 아기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여기서 서문시장의 저력이 나온다. 동료 상인들은 팔 것이 없어진 점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큰장별곡'에는 서문시장 일대를 떠돈 실존 인물인 금달래도 등장한다. 잘나가는 기생이었지만 아이를 유산한 후 그만 '미쳐버린' 금달래의 슬픈 사랑 얘기를 접할 수 있다. 전라도 상인들인 거식이패가 서문시장을 방문하자 한바탕 놀이판이 벌어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영남과 호남의 상인이 활발히 교류한 흔적이다.

대구의 연극 및 뮤지컬 배우들, 그리고 국악인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김은환(배 사장), 조원솔(점례), 정효진(호떡집 아줌마) 등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오영지(소리꾼)와 김경동(장단, 타악) 등의 국악인들이 우리 소리를 더한다.

첫날 공연은 서문시장 상인들을 초대한다. 또 공연장 로비에서 서문시장 화재 피해 성금 모금 행사도 연다.

무료 관람. 대구 남구 대명동 꿈꾸는씨어터. 16일 오후 3시 30분'7시, 17일 오후 3'7시, 18일 오후 3시. 사전 예약 문의 1600-8325.

◆패션도시 대구의 뿌리 서문시장, '패션꼬레아'

뮤지컬 '패션꼬레아'는 한마디로 '패션 대구'를 노래하는 작품이다. 서문시장, 한복, 패션도시 대구가 어우러진다.

서문시장이 특히 중요한 배경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순임의 가족은 대구로 와 친척의 도움으로 서문시장에 한복집을 연다. 그 기쁨도 잠시, 순임의 가족은 아픔을 겪는다. 순임의 딸 화연은 사랑의 상처를 얻고, 그 동생 화진은 실종된다. 사실 실종이 아니라 이탈리아로 입양된 화진은 15년 뒤 한복의 미를 살리는 패션디자이너가 돼 나타난다. 앨리스라는 이름의 패션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던 화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패션쇼에 초대돼 한국을 방문한다. 그런데 패션쇼가 처음 열리는 곳이 바로 대구다. 화진은 엄마 순임, 언니 화연,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정을 나눴던 이웃들과 극적으로 재회할 수 있을까.

윤정인 맥씨어터 대표가 극작과 작곡을, 정철원 한울림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이 제시하는 목표는 한복의 미를 알리는 것, 서문시장 상인들의 삶의 애환 속에서 사랑을 찾는 것, 아픈 기억들을 모두 씻어 버리고 세계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패션도시 대구와 그 뿌리인 서문시장을 되새겨보고, 대구를 대표하는 서민 뮤지컬을 선보이는 의도도 밝힌다.

'패션꼬레아'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장면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서문시장, 프랑스 파리 패션쇼장, 대구 엑스코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대구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대구산 뮤지컬 '사랑꽃' '투란도트' '비 갠 하늘'에 잇따라 출연하며 대구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장은주가 순임 역을 맡는다. 이 밖에도 박지훈, 배경진, 정유라, 박명선, 김유성 등이 출연한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16일 오후 8시, 17일 오후 3'7시, 18일 오후 3'7시. 070-8226-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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