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과 면담을 했다. 그는 쭈뼛거리며 12월 말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사직서를 내밀었다. 가끔 젊은 직원들이 입사 후 적응을 못 해 바로 퇴사한 적은 있었지만,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만류도 했지만, 잠시 쉬고 싶다는 뜻이 확고해 꿈쩍도 안 했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직원들이나 회사에 대해 큰 불만 없이 퇴사를 하겠다니, 그게 고맙고 또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는 졸업, 이사, 죽음 등 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갑자기 이런 글귀가 떠오른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헤어지는 뒷모습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항상 아름다운 헤어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일 때가 많다.

특히 요즘 시국을 보면 한때 한솥밥 먹던 사람들끼리 서로 물고 뜯으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더 웃긴 것은 유례없는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가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밝혀졌다는 것이다. 고영태에 따르면 그가 골프를 치러 나가면서 최순실 강아지를 두고 혼자 나갔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했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고영태가 언론사를 찾아가 최순실의 행적을 폭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정말 ×판이다. 결국 개싸움이 커져 최순실 게이트가 됐고, '강아지가 나라를 구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고려시대에도 비둘기 때문에 두 집안 간 싸움이 커져 무신정권 실세 이의민이 몰락하고 최충헌이 정권을 잡은 이야기가 있다. '고려사'에 따르면 당시 실세였던 이의민의 아들 이지영이 최충헌의 동생 최충수의 비둘기를 강탈하자 최충수는 이지영의 집에 가서 비둘기를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최충수는 도리어 이지영에게 심한 모욕을 받았고, 이에 격분한 최충수와 그의 형 최충헌은 이의민을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살해하였다는 얘기다. 이것을 단순히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은 지금 시국과 공통점이 있다.

그나저나 우리는 항상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입장을 표명할 때에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촛불의 의미를 가장 민심을 잘 읽어야 할 곳에서는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기 본분을 다하며 성실히 살고 있는 국민이나 정의로운 대한민국 구현을 위해서라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최고 지도자를 고대하고 싶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