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꽃이 주는 행복 에너지

어릴 적 우리 집 앞마당엔 작은 꽃밭이 있었다. 꽃밭에는 아버지께서 가꾸시는 꽃과 엄마의 정성이 들어가는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그때는 그 꽃들의 이름도 의미도 몰랐다. 그냥 '꽃이구나' 하며 물조리로 물을 주었을 뿐이다. 귀고리 같은 작은 꽃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는 식물도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서야 금낭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약, 채송화, 샐비어, 봉숭아꽃도 있었다.

하지만 그 풍경은 추억이 되어 버렸고, 지금 우리는 검은 아스팔트와 회백색 콘크리트 빌딩 숲에 둘러싸여 흙 한 번 밟지 못하는 삭막한 도시에서 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가정용 꽃 소비가 70%라는데, 우리는 경조사용으로 80%가 이용된다. 특히 작년 9월에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꽃 소비가 급감하여 화훼인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번 움츠린 우리네 가슴이 다시 열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와 공급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그 와중에 값싸게 수입되는 수입 꽃은 점점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카네이션은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전에는 스승의날이 되면 선생님께 작은 꽃바구니로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그런 고마움도 표시할 수도 없고, 신학기엔 교실 분위기를 아름답게 꾸민다며 화분도 들여 놓았는데 이마저도 법의 저촉 여부를 고민하게 되었다.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선물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정을 나누는 것이 기쁨이고, 작은 꽃 하나라도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것인데, 어쩌다가 꽃이 부정청탁의 대표격으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작은 정마저도 법이 갈라놓는 것인가. 이로 인해 우리들의 마음이 황폐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본다.

지난해 12월 중구 동성로에서, 지난 3월 28일엔 수성구 범어역에서 시민들에게 꽃과 꽃병을 나누어 주며 꽃을 통해 하루가 행복해지는 행사를 가졌다. 지역 화훼인 단체 모두가 동참하였으며, 이 행사를 통해서 꽃이 시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1 Table 1 Flower'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작은 꽃 한 송이를 구입해서 가정의 식탁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아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보자는 캠페인으로,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소수의 사무실에서만 '1 Table 1 Flower'를 실천하고 있으나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에 발맞추어 화원에서는 꽃마다 생산지를 적은 원산지 표시와 꽃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화환실명제 실시, 착한 꽃집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화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듯, 업무를 하면서 어렵고 힘들 때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위하여 꽃을 구입해 보면 어떨까? 음악을 듣거나 차 한잔을 하며 시간의 여유로부터 행복을 느끼듯, '1 Table 1 Flower'를 실현해보면 작은 일상공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발코니의 꽃을 보고 미소를 지어보자. 출근한 사무실 탁자 위 한 송이 꽃을 보고 미소를 지어보자. 꽃을 사랑함으로써 행복해지고 하루의 기분이 바뀔 것이며, 가슴에 있는 에너지의 샘이 열리면서 아주 순수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질 것이다. 가까운 꽃집을 방문해 꽃의 아름다움도 즐기고, ' 1 Table 1 Flower' 실천으로 꽃이 주는 행복 에너지를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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