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대동(大同)

대동(大同)은 익숙한 단어다. 기업이나 동네 이름으로 두루 쓰인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동단결'을 강조한다. 1980년대 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대동제'라고 불렀다.

대동은 중국 고대의 유토피아 사상이다. 유가(儒家) 경전인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에 대동을 설명한 글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세계는 천하가 공평무사하다. 어진 자를 등용하고 재주 있는 자가 정치에 참여해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을 이루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을 친하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귀여워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삶을 편안히 마치고 젊은이들은 쓰여지는 바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홀아비'과부'고아'자식 없는 노인'병든 자들이 모두 부양된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들은 자기가 하려 하지만, 반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둑이나 폭력배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놓고 닫지 않으니 이를 대동이라 한다.'

이상사회는 현실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상을 꿈꾼다. 신기루라도 붙잡고 싶어 한다. 우리에겐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선의가 있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1885~1977)가 이를 잘 설명한다. "현실 사회에서의 굶주림과 사회적 억압이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낳게 한다."

청나라 말기, 캉유웨이(康有爲' 1858~1927)가 그러했다. 그는 '대동서'(大同書)를 썼다. 차별과 속박에서 해방된 유토피아를 담은 책이다. 캉유웨이는 "내 나이 27세 때(1884년) 프랑스 군대가 광저우를 진동시켰을 당시 나는 국난에 대해 느낀 바 있고, 민생을 슬퍼해서 '대동서'를 지었다"고 했다.

대동사상은 우리 고전에도 나온다. '홍길동전'의 '율도국'은 대동의 이상향과 비슷하다. 이보다 더 현실감 있고 정치적 성격이 뚜렷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허생전'이다. 허균과 박지원은 당대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이상사회를 그렸다.

유가에서는 통치자의 힘만으로는 대동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인격 도야와 합리적 통치 방식의 모색이 지속돼야 대동이 열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가가 최선의 상태에 이르면 최고의 선과 훌륭한 삶을 실현한다. 최선의 국가를 만들려면 시민 각자가 훌륭해져야 한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다.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았다. 새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게 나라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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