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길고 깊은 겨울이었다. 그 깊은 겨울과 맞닿은 봄은 그래서 더 환하고 더 빛날 것 같다. 지금은 어느 계절이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여행이 일상화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화가 본격화된 1970년대 즈음임을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다.
1970년대 초 신문에는 유독 상춘객들, 특히 여성의 이야기들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1972년 동아일보 기사(9월 26일 자)를 보면 "술 취한 아낙네들이 허리춤이 내려진 줄도 모르고 장구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돌아가다가 젊은이들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옷소매를 끄는 일이야 흔히 볼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977년 경향신문(10월 17일 자)에는 '관광 바람에 휘말린 농촌'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기사에는 충남 서산의 어느 마을, 경북 달성 월배면 마을에서 관광 바람이 불어오는 이야기를 조명한다. "젊은이들이 모내기 철에 앞서 경주, 울산, 부산, 양산 코스로 3박 4일 관광을 다녀왔는데 그 뒤 농사일에 그렇게 능률이 오를 수가 없더라"고 관광 예찬이 많았다는 것이다. 농어촌에 관광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73~74년 사이라고 말한다.
주로 명승고적이나 산업시설을 찾아나서는 풍조를 조명하는데, "적어도 팔도강산 유람쯤은 하고 나야 제법 큰소리를 치면서 관록을 자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할 만큼 유람을 떠나는 것이 흔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세상물정을 알 까닭이 없는 시골 아낙네들에게까지 함부로 술을 마시게 하여 창피도 부끄러움도 돌보지 않은 광란과 난장판을 이루게 한 점은 후세에 죄악사로 전달될 기록"이라고 적고 있다.
신문에 함께 실린 사진이 눈에 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 몸뻬 바지 차림의 중년 여성들이 무언가를 보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기사와 함께 실린 만화에는 술에 취한 듯 장구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여성들의 모습과 함께 이것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표정을 대비시키고 있다.
여성의 놀이에 대한 당시 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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