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올림픽조직위에 성금 2억엔
"한국서 국제대회 열려 자부심 느껴"
재일교포 4, 5세 日 국적 취득 많아
조국 금메달 획득 교포에도 큰 기쁨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 오공태 단장과 재일본대한체육회 최상영 회장은 서울 관악구에서 성화 봉송을 했다. 그리고 1월 24일 평창동계올림픽 결단식에서 올림픽 성공의 기원을 담은 성금 2억엔을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니 교포들은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을 더했다.
88서울올림픽 때도 민단은 모금을 통해 성금 525억원을 전달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는 7억원 상당의 입장권 구입, 5천 명 규모의 재일교포 응원단을 조직해서 대한민국과 독일의 4강전이 펼쳐진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나는 여기서 그들의 정체성을 생각한다. '정체성', 참으로 오랜만에 되새기는 단어다. 1980년대, 청바지 어울리는 20대 나는 한 잔 마시고 정체성을 주장했고, 두 잔 마시고 정체성을 논했다. "일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이런 말을 했었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렇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기억이 없다.
그 시절 재일교포에게 정체성 운운하면서 독립된 존재감 등을 말한다면 그건 사치스러운 요구였다. 나야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간 사람이니 애국가가 들리면 경례를 하고 태극기를 보면 가슴에 손을 올리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니 "너 조센진이지?"라고 하면 "그래. 그런데 지금은 '조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다"라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하고, 그따위 말에는 절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재일교포, 그것도 내 또래의 재일교포는 2세 내지는 3세인데, 일본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일교포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과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일본인 정서 속에서 살고 있었으니 굳이 밝혀야 할 필요도 없었다. 혹시나 이 사실이 알려져 학교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랬다. 친지들의 모임에서 '하모니'(할머니), '온니'(언니) 이런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다들 '하나코'니 '미치코'니 하는 이름을 불렀고, 이름만이 아니라 성씨도 '다카다'니 '기노시타'라고 했다. 이른바 국적은 한국이지만 생활 속에서의 이름은 일본 이름이었다. 하나코(花子)를 '화자'라고, 미치코(道子)를 '도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30년 세월이 지났다. 하나코도 미치코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두었다. 재일교포 2세, 3세가 아니라 4세, 5세의 시대가 되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귀화를 하는 사람도 많다. 내 조국의 땅에 묻히겠다는 염원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남겨진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그런데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 국적을 가지면서 이름만은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그 옛날 한국 국적일 때 일본 이름으로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했던 그 사람들이 일본 국적을 가지면서 우리의 이름을 찾아서 쓰고 있다.
반백 년 이상 '다카다'(高田)라는 성씨를 쓴 사촌오빠는 귀화해서 일본 여권을 가지면서 '고'(高)-상이 되었다. 두 딸아이의 이름도 '하루'(春)와 '하나'(花)다. 일본어로도 한국어로도 의미를 가지는 예쁜 이름이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팬티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나란히 달고 대회에 출전하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이름 '사랑'(紗蘭)이도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교포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굳이 말한다면 '한국계 일본인'은 이렇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림픽의 열기는 날로 뜨겁다. 설 연휴 기간에 쇼트트랙 여자 1,500m의 최민정 선수가,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딴 금메달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이 기쁨은 재외 교포들에게도 큰 기쁨이었음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얼굴이 돼 줬다"고 격려한 1만5천여 자원봉사자 중에는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우리 아들도 있고, 해외에서 내 조국을 찾아와 정성을 다하는 젊은이도 있다. 이 모두 성숙한 정체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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