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견 뛰노는 이현공원, 시민들 불안에 떨어

넓은 잔디밭 갖춰 견주들 선호…매일 5~10마리 산책 모임 있어

"불안해서 공원에 못 오겠습니다. 개들이 마구 짖으면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려요."

지난 13일 오후 7시쯤 대구 서구 이현공원. 드넓은 잔디밭에 골든리트리버 네 마리가 뛰어놀고 있었다. 그중 두 마리는 목줄 없이 잔디밭을 헤집었다. 견주 3명은 서로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 견주는 "SNS를 통해 '리트리버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오후 8시쯤 모여 10시까지 놀다 간다"고 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불안했다. 이현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이죽백(77'서구 평리동) 씨는 "어른 키만 한 개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활개를 치는 걸 보면 아슬아슬하다"고 걱정했다.

대구 서구 이현공원이 '반려견 천국'이 되면서 이용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목줄을 제대로 채우지 않거나 대형견에 공포감을 느끼는 이용객이 적지 않아서다. 이현공원은 지난해 9월 재정비 사업으로 너른 잔디밭이 조성되면서 견주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이현공원 환경지킴이 등에 따르면 5~10마리가량의 대형견이 저녁마다 공원을 찾는다. 동구 신천동에서 왔다는 강모(62) 씨는 "대형 반려견을 산책시키려면 너른 공간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뛰어다니는 반려견을 바라보는 이용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산책을 나온 백춘호(57) 씨는 "일반인이 맹견과 순한 반려견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개들은 반갑다고 다가오지만 우리는 무섭다"고 했다.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공원 환경지킴이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목줄을 하지 않은 견주와 실랑이를 벌이던 환경지킴이 김영갑(74) 씨는 "배설물을 치우라고 해도 그때뿐이고, 입마개는 거의 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가 커서 지킴이 한 명은 그만뒀고, 나도 다음 달에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서구청도 '목줄 필수 착용' 현수막을 다는 등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청 관계자는 "단속에 나서면 견주들이 '이제부터 고치겠다'며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반려견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박두열 대표는 "강아지는 어릴 때 무는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철저한 예방만이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고, 반려견과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에서 개 포획 관련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개 포획 출동 건수는 2016년 1천70건에서 지난해 1천801건으로 1년 만에 31.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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