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99.9%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던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확신에 찬 어조로 국민들에게 설명했던 남북 관계 진전, 북미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편지 한 장으로 급반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봐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세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우리가 한반도 운전자가 될 수 있다"고 성급하게 얘기하는 등 우물 안 개구리 판단을 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들의 기류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변수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잘 됐고, 이런 날 또 주미 공사관이 재개관해 오게 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 이날 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회담으로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21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은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발언,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변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설명과 북한의 태도가 왜 다르냐'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 이날 정 실장은 "제가 정상 통화에 배석했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꼭 해야 하는지 참모들에게 묻고 있다'는 NYT 보도에 대해서도 "저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협의하는 과정이나 한미 정상 간 통화 분위기에서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및 정 실장의 발언 언급 및 각종 보도에 대한 반응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은 북미 회담 취소라는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작게 점친 것이 아니라 아예 배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평생을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말조심이 입에 뱄을 정 실장이 불과 0.1%로 내다봤던 북미 회담 취소 가능성이 막상 현실화되자 25일 청와대 관계자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더욱이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잇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북미 간 긴장이 고조, 북미 회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청와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이 핫라인 통화로 의견을 교환해 상황이 이같이 악화하는 것을 사전에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사전에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미 외교사에 유례없는 외교 대참사이며, 한미 간 신뢰 관계 훼손과 문재인 정부 외교 안보 라인의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북미가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데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