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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영풍석포제련소, 엎드려 절받기식 대응은 이제 그만

매일신문 김영진 기자
매일신문 김영진 기자

반세기 동안 침묵 속에서 은밀한 조업을 해오던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행정기관의 환경개선 명령에도 공장을 멈출 수 없다며 소송으로 대응해 오던 이곳이 최근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 방류 등으로 경상북도로부터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자 갑자기 홍보 활동에 나서는 등 엎드려 절받기 식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심리를 앞두고 '48년 만의 공장 공개'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행사를 열었지만, 제한적 공개 탓에 도리어 꼼수 타개책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영풍석포제련소가 그동안 보인 행태는 분노를 사기 충분했다. 1970년 영풍이 낙동강 최상류 봉화군 석포리에 아연제련소를 세웠을 당시 일본에서는 '이타이이타이' 병의 원인으로 아연제련소와 중금속 광산 등이 지목돼 공장들이 퇴출당하던 시기였다.

선진국에서 퇴출시키던 아연제련소를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봉화군 산골 오지에 세울 때부터 영풍의 꼼수는 시작됐다. 영풍석포제련소가 연매출 1조4천억원대의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동안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영남인들은 상류에 제련소가 있다는 데 대한 불안감을 가져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안동지역구 김광림 국회의원은 "낙동강 수계 1천300만명이 머리에 독극물을 이고 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영풍석포제련소에서는 황산탱크로리 전복, 황산누출, 유독성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저수조 폭발사고 등 많은 환경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낙동강 상류구간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집단 폐사가 영풍석포제련소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아연제련소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영풍석포제련소는 1천400억원을 들여 불법으로 아연슬러지 재처리공장(제3공장)을 짓다가 적발됐다.

지자체의 원상회복 명령에도 공사를 재개했고 14억원 가량의 이행강제금을 내는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으로 해결했다.

현재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포털 사이트의 지도정보 서비스에서는 제3공장의 위치가 표시돼 있지도 않다. 환경단체들은 이마저도 국민을 우롱하는 영풍의 눈속임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사기업의 돈벌이에 국민의 건강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을 담보로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영풍석포제련소도 자신들의 사업이 정당하다면 이제라도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제련소 설립 당시 관여했던 정부에서도 잘못을 통감하고 지금부터 철저한 상시감시를 통해 꽁꽁 숨겨진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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