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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 새평] 김병준 위원장의 '인적 청산 유예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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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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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사고 내면 책임져야 하는데
"차 수리 먼저"라며 은근슬쩍 연기
한국당 압박에 인적 청산 미뤘다면
결국 '무늬만 혁신'일 수밖에 없어

올림픽대로에서 대형 버스 추락 사고가 발생해 자동차가 크게 부서지고 승객 수십 명이 사망하고 일부는 크게 다쳤다. 물에서 다 부서진 차체를 건져내고 보니 운전사만 멀쩡하다. 조사 결과 버스는 정비 불량이었고, 운전사는 술을 잔뜩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버스가 온전히 운행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 당국은 정비사에게도 운전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다.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재의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뒤로 미룰 뜻을 밝혔다. "고장 난 차 수리가 급하지 운전사 자르는 게 급하냐"는 논리로 은근슬쩍 인적 청산을 뒤로 미루겠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만 빼고) 자유한국당은 전원이 청산 대상입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은 전원 청산 대상이다. 김병준의 말대로 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뒤로 미뤄도 좋을, 급하지 않은 과제라면, 왜 한국당이 비대위 체제로 들어갔던가?

나는 김병준이 비대위원장으로 초치된 순간 실패를 예감했다. 공인이 자리를 옮겨 앉을 때는 명분이 필요하다. 일개('한 마리 개'가 아니라, '一個'.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초재선 의원이나 원외위원장이면 성명 같은 거 없이 슬쩍 옮겨 앉아도 된다. 그러나 김병준이 누군가?

김병준은 참여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 격인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이념과 노선, 정책은 모두 그가 다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직 대권 주자로 부각되기도 전에 인연을 맺어 지방자치연구소를 공동 운영했다. 2002년 민주당 당내 경선과 정몽준 후보와의 통합 경선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정책 부문을 총괄했고, 집권 후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그쯤 되는 인물이 진영을 바꿀 때에는 "왜 나는 옮겼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병준은 그냥 옮겨 앉았다. 국무총리 덥석 받고, 비대위원장 덥석 받았다. 그러니 김병준이 가치와 이념이니 황희 리더십이니 해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결국 김병준은 자리만 나면 앉고 보는 한낱 폴리페서였던가?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적 가치로, 예의와 염치를 행동양식으로 한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도, 예의와 염치에서 벗어난 막말 때문이다. 막상 옮기고 나서는 '노무현 정신'이라니. 가져다 붙이면 정치적 명분인가?

참여정부 당시에도 김병준의 약점으로, '주문생산'을 지적하는 지식인이 있었다. 철학이나 이념 체계 없이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생산하기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김병준 역시 그런 부류의 '관변 학자'에 불과한가? 한국당 당직자나 다선 의원들은 김병준에게 주문했을 것이다. '인적 청산은 안 돼!' 그들은 지난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실패를 들어 압박했을 것이다. "오래 해먹으려면 인적 청산 손 떼!" '무늬만 혁신'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정권이든 정부든 공과(功過)가 있다. 참여정부는 권위주의를 척결하고, 세대 교체를 이룬 공이 있다. 대신 NATO, No Action, Talk Only, '행동은 없고 말만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요즘 한국당이 토론회나 세미나를 자주 한다. 김병준이 들고 온 게 NATO라면 한국당 비대위는 또 실패할 것이다. 부서지고 물에 빠졌던 버스는 얼른 폐차하고 고장을 방치한 정비사와 상습 음주운전으로 큰 사고를 낸 운전사는 빨리 자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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