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 철도·도로 사업비 추산, 야당도 하는데 정부는 왜 못하나

정부·여당이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에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사업 비용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한국철도공사 내부 자료를 근거로 그 비용이 철도 38조1천여억원, 도로 5조5천여억원 등 최소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철도·도로 사업 비용을 정부 자료를 이용해 추정치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 그나마 보수적으로 잡은 액수라는 것이다. 남한보다 험준한 북한의 지형 때문에 교량·터널 건설비가 더 들어갈 수 있는 데다 북한의 도로 포장률도 10%에 불과해 이 역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 가능성은 이미 제시돼 있다. 2014년 금융위원회는 철도 85조원, 도로 41조원 등 126조원, 미래에셋대우는 철도 57조원, 도로 35조원 등 110조원으로 각각 추산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11일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서 달랑 2019년 한 해 들어가는 비용 2천951억원만 제시했다. 그래놓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시급하다는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국민에게 낼 돈이 얼마인지도 알리지 않고 무조건 돈을 내놓으라는 억지다. 동네 구멍가게를 내는 데도 이런 ‘깜깜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부는 비용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얼마일지 알 것이라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야당이나 민간 기관·기업보다 남북 경협 비용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능한 것이고, 그런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국민이 남북 철도·도로 사업에 동의할지 말지 판단한다. 정부의 비공개는 그런 판단을 받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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