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24)신기방기한 볼거리 동네 만화동네, 돗토리현-요나고시

마지막 라이딩 여행지인 다이센산을 배경으로 기록을 남긴다.
마지막 라이딩 여행지인 다이센산을 배경으로 기록을 남긴다.

일본열도 자전거 일주의 마지막을 찍기 위해 다이센산(大山)을 간다. 가는 길은 멀고 지루하다. 다이센산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인천공항-요나고(米子)를 운항하는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동해시-사카이미나토항(境港-돗토리현)을 움직이는 DBS크루즈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12,000톤급의 DBS크루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동해시-일본 돗토리현(鳥取県) 사카이미나토시를 일주일에 한 차례씩 움직인다. 배 안은 러시아, 일본, 한국인들이 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별적으로 일정을 꾸리기도 쉽지 않아 때마침 자전거 단체팀에 한자리 끼여서 DBS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동해시까지, 동해시에서 돗토리현까지는 크루즈 안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이동한다. 1,729m 다이세산이 주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신기방기한 볼거리 동네 만화동네, 돗토리현-요나고시

마츠에성 해자와 호리카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뱃놀이가 시작된다.
마츠에성 해자와 호리카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뱃놀이가 시작된다.

이른 아침 바다위에서 눈을 부비며 돗토리현 요나고시의 햇살을 맞이한다. 약40명이 참가한 다이센산 라이더팀을 위하여 요나고시 관광담당자가 항구까지 마중 나와서 감사 인사를 전한다. 기념사진도 찍는다. 길을 헷갈릴까봐 직접 선도 차량을 운전하며 안내한다.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돗토리현과 이웃한 시마네현(島根県)을 통틀어 산인지역이라 부른다. 덜 알려진 동네이지만 이색적인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요나고시-돗토리현-시마네현의 가볼 곳은 총 다섯 곳 정도이다.

사카이미나토역.요괴마을의 표시가 역 입구를 장식한다.
사카이미나토역.요괴마을의 표시가 역 입구를 장식한다.

첫 번째로, 뭐니 뭐니 해도 요나고시는 만화의 성지이다. 전쟁으로 한 팔을 잃은 '미즈키시게루(水木しげる)'가 평생을 두고 그려온 "요괴만화"를 감상하는 것은 잃어버린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만화거리-미즈키시게루 거리는 수많은 만화캐릭터드로 장식돼 있다.
만화거리-미즈키시게루 거리는 수많은 만화캐릭터드로 장식돼 있다.

사카이미나토역 옆으로 조성된 "만화거리-미즈키시게루 거리"는 수많은 만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각종의 조형물이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두 세 시간은 족히 보아야 한다. 누구라도 좋아할 곳이다. 한 작가가 한 도시를 먹여 살리는 현장을 본다.

요괴마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요괴들
요괴마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요괴들

약 한 시간 떨어진 유라역(由良駅)은 명탐정 코난의 고향이다. 이 두 곳의 만화투어는 누구라도 딱 십년 젊게 해주는 보약이다. 두 번째 가볼 곳은, 돗토리 사구이다. 바다 모래가 만든 큰 언덕이다. 마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와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돗토리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명소이다.

세 번째는, 가이케 해수온천(皆生温泉), 미사사 라듐온천(三朝温泉), 하와이온천(ハワイ温泉) 등 3대 온천명소는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어 이색적이다.

400년 역사의 마츠에성.일본 내 현존하는 12개의 천수각 중 하나이며,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400년 역사의 마츠에성.일본 내 현존하는 12개의 천수각 중 하나이며,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네 번째 명소는, 시마네현에 접한 국보 마츠에성(松江城), 호리카와강(堀川) 뱃놀이이다. 약400년 전에 지어졌다는 마츠에성은 현존하는 12개 천수각 중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다고 하여 국보로 지정받았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와 연이은 호리카와강 옛날 뱃놀이는 마치 시계를 몇 백 년 전으로 돌려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16개의 작은 다리를 지나는데 마치 작은 베니스 운하 길을 지나는 느낌을 준다. 배를 운행하는 분들이 전부 마을 노인들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다는 뱃놀이는 인기가 높다. 우리네의 바닷가에서도 비슷한 참조를 해도 좋을 듯 했다. 다섯째 마지막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영산 1729m 다이센산이다. 그 다이센을 라이딩으로 오른다.

다이센산 올라가는 중턱에서 잠시 쉬어간다

◆우리와의 악연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시마네현

산인지역에 위치한 시마네현은 일본 내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47개 현 중에서도 가장 발전도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두 차례 우리네 언론들 사이에서 들먹여진다. 독도라 부르는 우리 땅을 '다케시마(竹島)'라 부르고 '다케시마의 날'이라고 매년 2월 22일 기념행사도 한다. 바다에 접한 시마네현은 호리카와강과 바다가 만나는 가이케 해변(皆生海浜)이 길고 광활하게 뻗어있다. 해수와 접한 곳에 온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래저래 기억이 썩 좋지 않은 시마네현의 해변들을 자전거로 달리니 이것 또한 추억의 먹거리이다.

다이센산 올라가는 중턱에서 잠시 쉬어간다

◆일본 3대명산, 작은 후지산 다이센산 라이딩

후지산, 북알프스에 이어 3번째로 친다는 일본서부지역 최고봉 다이센산을 향해 라이딩한다 . 사실 1,729m를 올라야 하는데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은 고작 반정도인 해발 900m 정도의 오합목(五合目)까지이다. 거창하게 다이센 산 라이딩 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낯뜨거운 측면도 있다. 사카이미나토 항구에 도착 후 서둘러 다이센산 라이딩을 준비한다. 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딱히 빨리 가야할 이유도 없어서 어슬렁 조인 2조에 속했다. 항구에서 다이센산 오합목까지는 약40Km 정도다. 약20Km 정도 도로 라이딩을 마치자 드디어 일본에서 3번째로 지정되었다는 다이센오키국립공원(大山隠岐国立公) 입구에 다다른다. 지금부터는 쉼 없는 오르막이다. 평균 10~14% 정도의 오르막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다행히 고도표지판이 매 100m 마다 표시되어 있어 방향을 가늠 할 수 있다. 야! 할 만한 경치가 없어 지루하기조차 하다. 두 시간여 달렸을까? 다이센사(大山寺)를 지나서 넓은 초원광야가 펼쳐진다. 목적지에 다다랐다. 일본은 안전을 생각하여 어디나 도로들 잘 포장하여 우리들 산처럼 비포장 임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산길을 달리는 재미도 덜하다. 예전에 후지산 오합목 2,000m 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열도 라이딩의 마지막을 찍었다는 성취감이 몰려왔다. 이제는 끝이다.

약20km의 내리막은 최고조의 기분으로 들뜨게 한다. 평균 40km이상, 최고 57Km의 표시가 속도계에 나타난다. 그동안의 온갖 스트레스와 번잡함을 날려버리듯 온몸으로 내리막을 질주했다.

일본 전국 라이딩 3,500Km! 다친 곳 없이 마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잘 버텨준 두 바퀴도 감사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없는 훈장을 가슴에 새긴다. 이제는 '당당함과 뚜벅뚜벅함' 으로 세상과 접하려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땡큐!

<여행tip>

항공 (에어서울) : 인천(ICN) - 요나고(YGJ) 주6일 운항

페리 (DBS크루즈) : 동해(목 18:00出)→사카이미나토(금 09:00着) 주1회

사카이미나토(토 19:00出)→동해(일 09:00着) 주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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