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영구 시인 5번째 시집, '누치 떼를 보다'

친자연, 가족, 교시 그리고 불교

공영구 시집
공영구 시집 '누치 떼를 보다'

누치 떼를 보다/ 공영구 지음/ 그루 펴냄

대구에 자리잡고 있는 문학전문 출판사 '그루'가 100호 시집으로 자신있게 선정한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엄마의 땅',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늘 하루', '달빛 비우기'에 이은 공영구 시인의 5번째 작품이다. 지은이는 대구문인협회 제11대 회장을 역임하고, 대한민국 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대구 펜 문학회, 이후문학회, 일일문학회, 심상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은 지은이가 시를 쓰는 이유와 시세계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미쳐 짐작하지 못한 진실의 눈을 뜨게 해 준 시, 팔리지도 읽어 주는 이 없어도 쓰고 또 쓰는 시, 덧없고 사소한 우리들의 삶이 시에 의해 구원받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견디며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고 믿고 싶어, 버리지 못하고 곁에 두고 산다."

이 시집 역시 그런 지은이의 인생관이 잘 드러난다. 공영구 시인은 위선적이고 장식적인 삶을 거둬내고, 인간 본질을 찾아가는 데는 시만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시가 생활경험의 반영이듯, 시인의 시에는 친자연적 서정이 가득하다. 가족 일화를 통한 굴곡진 현대사나 삶의 궁핍함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공영구 시인은 2016년부터 경산시 남천면에서 아로니아 나무 등 과일과 야채를 기르며 시를 쓰고 있다. 공영구 시인 제공
공영구 시인은 2016년부터 경산시 남천면에서 아로니아 나무 등 과일과 야채를 기르며 시를 쓰고 있다. 공영구 시인 제공

작품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은 "공영구 시인은 유가적이고 전통적 시관인 교시적 내용을 시로 보여주거나 남녀의 육담을 재미있게 처리하는 시적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며 "공영구 시인의 작품은 잘 읽히고, 거짓없고 거칠 것 없는 마음의 토로"라고 소개한다.

'약'이라는 제목의 시는 지은이의 따뜻한 인간미를 풍성하게 전달해준다. "오래오래 살다보면 별일 다 겪는다/ 할머니는 언제 제일 행복했는데 하고 손자가 물으니/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고생밖에 모린다. 행복이 뭔데'라고 다시 묻는다/ 그라먀 뭐가 제일 맛없던데/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입에 드가는 것은 다 맛있었다'/ 맛없는 게 어떤 것인지 모린다/ 아는 게 병이라는데 할머니는 모르고 사는 게 약이다"

이번 시집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왕버들 웃다(나비처럼, 혹시나, 숫돌 등) ▷낙엽들(가로수, 환청, 누치 떼를 보다 등) ▷여자의 마음(오른손 지팡이 윤(尹), 내 몸의 촉수 활(活), 문자 한 통 도(刀) 등 ▷오슬로 쟁반(향일섬, 별 보는 섬, 코펜하겐 시청사 등) ▷몽돌밭(생불, 막대기 이론, 오는 세월 등) ▷저 눈빛(미안하다, 자주 올게, 아직도 뻐꾸기 등) ▷해당화(요란한 봄, 배롱나무 아래서, 목편이 핀다 등). 이 시집의 제목에 나오는 누치는 큰 강 중·상류의 바닥 근처에 서식하는 잉어과의 작은 민물고기로 맛이 없어 사람들이 좀처럼 안 먹는 물고기다.

지은이는 인생의 농부이자 실제 농사를 짓는다. 2016년 경산시 남천면에 농지 400평 정도를 구입해 아로니아 70주 외에 각종 과일나무 20여 그루와 채전밭 50평 정도를 가꾸고 있다. 직접 기른 과일과 야채는 이웃과 함께 소소한 정을 나누는 훌륭한 매개체가 된단다. 시인은 영천 출생으로 '심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20년 이상 시인으로 활동한 지은이는 대구 경신고에서 34년 동안 국어교사로 문예반을 지도·운영했다.

127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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