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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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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오늘날 우리 인류가 누리고 있는 과학문명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 땅에서 약 800만 년 전에 시작된 인간의 생존 이래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불과 10년 후 과학문명이 어떻게 발전해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전에는 과학문명의 발전을 기대하고 기뻐하기만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우려도 함께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우려의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것은 자연과학과 응용과학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에도 해당되는 것으로서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의 양은 대단히 많다. 필자가 속한 대학교는 도서관에 약 100만 권 정도의 각종 책들과 다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 도서관은 약 1천만 권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출판되는 책의 양은 대단하여 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약 5만∼6만 권의 신간 서적들이 출판되고 있다. 각종 신문, 잡지, 논문, 수필 등으로 기록되는 지식들도 대단히 많다. 이러한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되어 인류가 쌓아 올릴 지식의 양이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인류가 알 수 있는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알 수 없는 영역은 이보다 훨씬 더 넓다. 인간이 인식하는 것은 공간, 시간, 인과율이라는 틀 안에 들어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지닌 인식의 틀 안에 들어오는 것조차 인식하는 데에는 제약들이 많다. 대표적 예로 인류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시광선으로 탐구할 수 있는 물질은 존재 세계의 4∼5%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영역의 물질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것이 대단히 많아서 호기심 많은 인류가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알아내는 기쁨을 누릴 것이고 그것을 응용한 과학기술의 편리함도 누릴 것이다.

알 수 없는 영역은 알 수 있는 영역에 속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어서 대단할 것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무엇을 알아낼 때 사용하는 감각, 감성, 이성을 초월한 영역이기에 지금까지 무엇을 알기 위해 동원했던 것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소용없다. 그래서 이 영역에 대해서는 차라리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고 쉬울 것이다.

그런데 이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조차 궁금하기 그지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호기심이 강해서 그럴까. 에너지 절약의 법칙에 따라 자신이 참으로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이 영역에 대해 이렇게도 지속적인 관심이 가는 것은 내가 알려고 해서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 인식의 틀을 넘어선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영성의 틀로 가야 하는 그분이 우리에게 자꾸만 관심을 보이고 당신에 대해 알아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이토록 이 영역에 대한 강한 관심을 지니고 오늘도 어제와 같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완전히 없는 영역에 대한 헛된 관심만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또한 나의 호기심이나 힘으로만 그러는 것이 아닌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이 영역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면 보이는 세계의 적지 않은 것들을 희생하거나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관심과 열망으로 이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려고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보이는 현상세계와 죽음을 넘어선 어떤 것을 열어주는 구원의 세계이기에 이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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