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아십니까?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오래전의 일이다. 대구 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신규 교사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필자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유는 현재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에 다문화학생이 있는데 치통으로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부모의 보살핌도 부족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주저 없이 인근에 있는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문의해서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였다.

얼마 지난 후, 평소 친분이 있던 결혼이민여성이 전화를 해서 또 다른 문의를 하였다. 자신과 가까운 결혼이민여성 중에 중도 입국 자녀가 있는데 그는 현재 중학생이지만 한국어가 부족하여 학교에 진학해도 학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도 서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이렇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안내하고, 또 함께 다문화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10년이 지났다.

원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6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출발하여 현재 전국에 218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 지역인 대구에도 8개 구(區)에 모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으며, 경북에도 23개 시·군에 모두 설립되어 있다. 이 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을 위해 한국어 교육, 가족상담, 통번역 지원, 자녀교육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대구지역의 센터 중 한 곳에서 '가족운동회'를 학교체육관에서 실시했다. 행사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도착해 참여하는 가족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행사장으로 오는 가족들의 얼굴에 미소와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센터 관계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필자는 경북지역의 많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도 친분을 맺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북 거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의 인연은 너무나 소중하다. 우리 대학의 다문화교육센터장을 맡으면서 맺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해외봉사활동, 경북 다문화가족지원정책 10년사 발간, 전국 이중언어대회, 이중언어캠프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아마도 이러한 인연이 없었다면 아직도 다문화교육과 관련된 서적만 뒤적이고 있었을 것 같다.

경북 거점센터를 비롯하여 우리 지역의 센터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센터장들의 헌신과 열정이 남다르다. 가끔 이들을 보면 본인의 가정보다도 센터 운영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리고 센터 팀장들의 전문성이나 담당 직원들의 업무 처리 능력을 보면 놀라울 때가 많다. 이들은 다문화가족을 너무나 반갑게, 그리고 친근하게 대한다는 점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을 입안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장에서 추진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대부분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업무나 지원 내용이 바뀐 것은 전혀 없지만 이들의 헌신과 노고로 다문화가족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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