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심사였다. 무슨 연유인지 응모작이 예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어 450여 편에 머물렀다. 60세 이상의 시니어 응모자가 대다수를 이룬 현상이야 굳이 되짚어볼 것까지는 없겠으나 삼사십 대를 비롯한 젊은 작품이 눈에 띄지 않은 지독한 세대 편중이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애써 뽑아 올린 본심 10여 편 중에 응모자격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두어 편 배제된 것도 불편했다.
결국은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남았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틀을 갖춘 글들이었다. '힘돌'과 아버지 게밥 짓는다', '속긋을 긋다', '꽃의 숨' 등이 그들이다. '속긋'은 시제가 뒤틀려 있지 않은가 살펴보기 바란다. '꽃의 숨'은 함께 묶은 작품이 따라주지 못했다.

최종 경합을 이룬 작품은 '힘돌'과 아버지 게밥 짓는다'였다. 이 두 작품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힘돌'은 안정적이었으나 눈에 익숙했다. 함께 제출한 '쳇불'과 더불어 사물수필이다. 힘돌과 쳇불이라는 사물로써 인간의 삶을 의미화하려는 정형화된 교과서적 수필이다. 우리 수필에서 특히 공모전에서 사물수필이 서정수필에 비해 호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품속의 시간과 공간의 배치를 새롭게 하고 1인칭 시점에서 주인공을 너무 멀리서 찾지 않았다면 해볼 만했다. 하지만 무난하다는 평가, 거기까지였다.
'아버지, 게밥 짓는다'는 신선했다. 제목은 물론 소재의 질료까지 산뜻했다. 묶어서 제출한 '문밖에서'와 '통과합니다' 역시 선명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 혹시 시적 심상이 풍부한 응모자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일게 했다. 하지만 문장이 거칠었다. 은유와 상징어로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 입문자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했다. 그러면서 두 심사자는 오히려 초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만한 감각이면 스스로 끊임없는 교술과 자득으로 충분히 신춘의 새로운 촉이 되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아버지, 게밥 짓는다'를 그의 '문밖에서'와 '통과합니다'와 묶어 당선작으로 밀었다.
심사위원 : 김종욱(수필가)·홍억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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