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문화가 흐르는 대구의 센트럴파크

김완준 대구예총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김완준 대구예총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김완준 대구예총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의 풍경들은 대개 멋진 공연과 함께 펼쳐진다. 반짝이는 샹젤리제 가로수가 아름다운 파리에서는 파리오페라극장 등에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해를 넘기며 이어진다.

런던에서는 새해맞이 불꽃축제와 함께 온 가족을 위한 발레 공연이 펼쳐진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등 20개가 넘는 도시에서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리고, 수많은 공연장에서 '질베스트(12월 31일) 콘서트'가 펼쳐진다. 뉴욕에서는 12월 마지막 날 뉴욕 필하모닉이 모처럼 뮤지컬 음악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해서 공연을 준비한다. 같은 날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송년 음악회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오페라 '라 보엠'과 '토스카',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준비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세계인의 눈길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한다. 해마다 1월 1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때문이다. 이 음악회는 영상 중계로도 함께할 수 있는데, 전 세계에서 무려 5천만 명의 시청자가 감상한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이런 여유와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꾸어갈 수 있다. 대구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고, 콘서트홀로는 국내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존재하며, 각 구마다 골고루 특색 있는 공연장들이 잘 갖춰져 있다.

2019년 마지막 날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와인 파티가 있는 제야 음악회를 열었고, 같은 시각 수성아트피아에서는 클래식과 탱고, 국악과 대중가요까지 음악의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제야 음악회가 펼쳐졌다. 북구의 어울아트센터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제야음악회가 열렸다. 대구 시민 누구나 음악이 흐르는 제야의 콘서트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최근 날아온 반가운 소식을 더함으로써 우리 도시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본다. 2025년 완공될 대구시 새 청사 부지가 달서구 두류동 옛 두류정수장 터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책적 판단으로 대구의 새 시대를 여는 중요한 결정의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결과이며, 그동안 공정한 경쟁을 펼쳐왔던 여러 구·군에서도 이제 우리 도시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

이곳 두류정수장 터에 기대가 더하는 것은, 이 장소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있다. 대구의 '허파'로 불리는 165만㎡ 규모의 두류공원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 한 자락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30년째 터를 잡고 있고, 공원 내 드넓은 야외음악당은 치맥축제, 보자기축제 등 대규모 관광문화축제의 현장으로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그 야외음악당에서 필자는 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 2000년, 그리고 2002년에 각각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한 바 있다. 매 회 2만 명의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지역 최고의 야외 오페라로 이름을 올렸던 기억이 여태 생생하다.

가을이면 대형 야외 오페라가 펼쳐지고, 해가 바뀔 때마다 신년 콘서트가 공연되며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대구시청사 잔디광장이 우리 시민에게 선사할 아름다운 시간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우리 대구는 문화가 흐르는 센트럴파크의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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