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당에 끌려만 다닌 한국당 황교안 체제로 총선 치를 수 있나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지지도에서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근소한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 등 전국 9개 지역 언론사 모임인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다. 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32.1%로 민주당(38.2%)에 불과 6.1%포인트(p) 뒤졌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지지 성향에서 양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2.5%p) 내인 0.8%p에 그쳤다.

이는 민주당이 크게 앞선 그간의 각종 여론조사와 다른 것으로, 민심의 향방(向方)을 더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는 문재인 정부의 각종 실정에도 민주당의 일방적·지속적 우세로 나타나 객관성과 정확도에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여론조사가 참으로 고무적일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 다시 말해 민주당에 맞설 수 있는 판은 깔려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그것을 현실로 바꿀 행동이 없다면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당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한국당은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의 강행 처리를 막지 못했다. "목숨을 걸겠다"거나 "죽기를 각오하겠다"는 말만 무성했을 뿐 여당의 폭주를 막을 의지도 전략도 없었다. 뒤늦게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진정성'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쇼'가 되어 버렸다. 이런 무능에 책임을 지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당 전체 분위기는 위기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당 지도부와 전 의원이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극약처방이 없다면 민심을 얻기 어렵다. 이번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지지세도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 비움의 선봉에는 황교안 대표가 서야 한다. 그래야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달라지고 나아가 문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 통합의 돌파구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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